파워모듈과 전자가격표시기(ESL)를 생산하는 솔루엠(248070)이 전자부품 제조업체에서 전장·데이터 기반 솔루션 업체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솔루엠은 또 상반기 1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솔루엠은 21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비전선포식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솔루엠은 삼성전기(009150) 파워모듈, ESL 사업부를 분사해 2015년 설립된 회사로, 지난 2021년 상장했다.
전성호 솔루엠 대표는 이날 파워모듈과 ESL, 디스플레이 등 3개 주요 사업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우선 파워모듈의 경우 기존에는 TV나 모바일 등 전자제품에 주로 부품을 공급했지만, 앞으로는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파워모듈을 주력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솔루엠은 국내 주요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에 이미 파워모듈을 공급하고 있고 현대모비스(012330)와 국책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전 대표는 “배터리를 제외한 전기차의 모든 부분을 솔루엠이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애플·구글·메타·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는 상황도 솔루엠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솔루엠은 서버 시스템을 가진 델, 인텔, 슈퍼마이크론 등으로 파워를 공급해 왔다. 그런데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나서면서 솔루엠이 이들에게 직접 파워모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전 대표는 이를 “2차 밴더에서 1차 밴더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루엠은 전장 수요에 대응해 인도 첸나이에 2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유동균 ANP 사업부장은 “회사가 고부가가치 파워모듈을 생산하면 영업이익률이 2~3배 정도 오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대형 마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ESL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을 표시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고 매장 효율화, 재고 관리, 역동적인 가격 변동 등 유통업체가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전세욱 ESL솔루션사업부장은 “솔루엠은 ESL뿐 아니라 센서, IoT 관련 사업부도 갖고 있어 내부 솔루션을 플랫폼으로 한데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식당에서 사용되는 주문 태블릿과 차량용 디스플레이 개발에 집중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관련해서는 솔루엠이 2023년 지분 투자한 미국 증강현실 솔루션 업체 에피톤과 협력이 기대된다. 전 대표는 “소형 증강현실 기반 3D 헤드업디스플레이를 이르면 2027년부터 생산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 완성차 브랜드와 구체적인 공급 시기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회사는 상반기 1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멕시코와 인도 등 해외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신규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006800), 삼성자산운용 등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루엠은 이날 211억원 규모의 자기주식(2.43%)을 전 대표에게 처분하는 내용도 결정했다. 전 대표는 지난 19일(1만7010원) 주가에 약 5%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 대표의 지분은 기존 14.6%에서 17.0%로 높아진다.
한편 시장에서는 전 대표의 장남과 차남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지분 상속을 포함해 승계와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일종의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능력이 검증된 인사에게 책임을 부여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또 매년 자사주를 소각하고 올해 5% 배당하며 앞으로 배당률을 20%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