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대다수 은행들이 신입 직원 채용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실적에도 채용문은 좁히면서 사회적 책임인 고용 창출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들은 디지털화로 비대면 업무가 늘었고, 점포 통폐합 등으로 영업점 수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4대 은행 신입 채용 20% 줄어

6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작년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 공채 채용 인원은 전년보다 20%가량 줄어든 119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2023년 297명에서 작년 171명으로,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500명에서 382명, 하나은행은 441명에서 384명으로 채용 인원을 줄였다. KB국민은행은 작년 260명으로 전년(254명)보다 6명 늘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작년 4대 시중은행의 채용 인원은 은행들이 기존에 계획했던 인원보다도 적은 것이다. 신한은행은 당초 작년 150명, 우리은행은 390명, 하나은행은 400명을 채용하려고 했으나 모두 이에 못 미치게 채용했다.

시중은행의 정기 공채를 통한 신입 채용 규모는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은 2023년 금융 당국이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상생 금융 압박으로 채용 인원을 늘렸으나 이후 꾸준히 신입 채용을 줄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계획한 채용 인원도 KB국민은행 110명, 신한은행 90명, 하나은행 150명, 우리은행 190명 등으로 540명 수준이다. 작년 연간 신입 채용 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경우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신입으로 들어갈 기회는 거의 없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수시 채용을 통해 신입 인턴 사원을 2023년 20명, 2024년 5명 뽑았다. 케이뱅크의 경우 2023년 18명, 작년 8명, 토스뱅크의 경우 각각 1명에 그쳤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작년 264명, 케이뱅크는 104명, 토스뱅크는 226명의 경력 직원을 채용했다.

◇평균 연봉 1억2000만원 육박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면서 신규 채용을 줄이는 데 대해 우리 경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작년 순이익은 16조420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이 거둔 이자 이익 역시 전년보다 3.1% 늘어난 41조876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규모였다. 금융 당국의 가계 부채 관리 압박으로 대출 금리를 높게 묶으면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진 영향이다. 4대 은행의 당기순이익도 13조3506억원으로 전년보다 8.4% 올랐다.

신규 채용은 줄였지만, 은행 기존 직원들의 1인당 연봉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각 은행이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40만원으로 전년(1억1628만원)보다 200만원 넘게 불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1억2061만원, KB국민은행 1억2000만원, 신한 1억1900만원, 우리 1억1400만원 등 순이었다. 연봉 증가액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전년 대비 600만원 늘었고,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전년보다 100만원 줄었다. 현재 공개된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희망퇴직자 특별 퇴직금도 1인당 3억1000만~3억6000만원에 달했다.

은행들은 신입 공채 규모를 줄이는 것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디지털과 비대면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영업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023년 3927개에서 현재 3790개로 137개 줄었다. 대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IT) 분야가 중요해지면서 이 분야 경력직을 채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