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며 불기둥을 세웠던 주요 정보기술(IT) 테마 업종의 희비가 최근 들어 엇갈리는 모양새다. 양자컴퓨터와 메타버스 관련주는 치솟았던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며 투자 열기가 한풀 꺾였다. 인공지능(AI)과 이차전지 역시 단기 조정을 받긴 했으나, 실적 개선과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일러스트 = 챗GPT 달리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미국 양자컴퓨터 관련주인 아이온큐(IONQ),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Inc.)의 주가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연초 50달러 수준이던 아이온큐 주가는 현재 23달러대로 떨어지며 반 토막이 났다. 리게티와 퀀텀 컴퓨팅 주가도 올 초 대비 60% 이상 추락했다.

주가 부진은 해당 종목을 담은 상품 수익률 악화로 이어진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양자컴퓨터 상장지수펀드(ETF)인 키움자산운용의 ‘KIWOOM 미국양자컴퓨팅’은 올해 1월 8일 이후 줄곧 마이너스 수익률을 이어오고 있다. 이 ETF는 연초 대비 20% 넘게 주저앉는 상태다.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이 기술 상용화에 애를 먹으며 확고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점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용적인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폭탄발언에 아이온큐 주가는 하루 만에 40% 폭락했다.

상황은 메타버스 관련주도 비슷하다. 2021년 메타버스 열풍과 함께 관련 ETF가 다수 출시된 바 있다. 그러나 투자 심리는 금세 AI로 옮겨갔고, 국내외 메타버스 ETF는 잇달아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SOL 한국형글로벌플랫폼&메타버스액티브 ETF’와 ‘RISE 글로벌메타버스 ETF’가 투자금 유출로 상장폐지됐다.

일러스트 = 챗GPT 달리

또 다른 미래 기술 테마 업종인 AI와 이차전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들 테마 역시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에 따른 단기 하락을 피하진 못했지만,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저렴할 때 사두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2월 20일~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 주가는 360달러에서 290달러로 내려갔고, 팔란티어는 112달러에서 89달러로 주저앉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증시에서 개인은 테슬라 2배 레버리지 상품(3000억원)과 테슬라 단일 종목(2000억원)을 SOXL(반도체 업종 3배 레버리지) 다음으로 많이 사들였다. 팔란티어 단일 종목도 130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아이온큐에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긴 했으나, 450억원 규모에 그쳤다.

AI 반도체와 데이터 분석 기업 실적 개선세가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AI 반도체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는 작년 4분기 매출 393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380억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인 팔란티어 또한 AI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고, 기업과 정부 계약의 증가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이차전지 관련도 단기 주가 조정에도 기대감은 살아있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개인 투자자는 에코프로비엠(247540)을 1545억원어치 샀다. 순매수 상위 4위다. 삼성SDI(006400)(980억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246억원) 등에도 순매수세가 몰렸다. 같은 기간 ‘KODEX 2차전지산업’에도 약 52억원의 순매수세가 유입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생산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 배터리 산업은 구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변동성에 휘말린 주도주들의 상승 추세 복귀 여부는 실적에 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