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관련주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에 기자는 주가 하락에 베팅해 보기로 했다. 주식을 안 해본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에코프로 공매도’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에코프로가 현재 주가의 절반 수준인 60만원대일 때도 고점인 듯해 매수를 주저하던 사이, 어느새 주가는 최고 150만원을 찍었다. 기자는 에코프로가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타깃이 된 걸 바라보기만 했었다. 주식이 오를 때만 이득을 보라는 법이 있나. 이제 내릴 일만 남았다 싶어 뒤늦게 에코프로 공매도에 뛰어들어 보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 시스템 화면에서 매도호가를 현재가보다 낮게 정하자 ‘공매도 업틱 룰 주문 위반’이라는 안내창이 떴다. /소가윤 기자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판다는 뜻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거두는 투자기법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70∼80%에 달한다. 개인은 1∼2%대에 불과하다. 그래도 공매도가 세력들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개인 투자자도 신용 대주거래를 통해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할 수 있다. 대주거래는 주가가 떨어질 것 같은 종목을 증권사로부터 빌려 대주 매도를 하고 90일 이내에 해당 종목을 대주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증권사 계좌만 있으면 주식 거래를 하듯 바로 공매도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예상과 달리 몇 가지 과정이 필요했다. 기자는 공매도 투자 경험이 없었던 터라 온라인 교육 이수와 모의거래부터 해야 했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만든 과정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기관 투자자보다 공매도 경험이 적은 만큼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도 있다. 먼저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서 개인공매도 사전의무교육 온라인 강의를 30분간 들었다. 수강료 3000원이 들었다.

이론과 실전 사이에 연습이 남았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 회원가입을 하고 가상계좌를 만들었다. 모의거래 인증시스템도 내려받았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비슷한 형태인 모의거래 인증시스템은 정규장(평일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과 리플레이장(평일 오후 4시~10시 30분, 토·일요일·공휴일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으로 나뉜다. 25일 오전 10시 기자가 정규장에 접속하자 가장 먼저 공매도(대주)의 위험성을 알리는 팝업창이 떴다. 당일 하한가에 매도해 상한가로 마치고 그다음 날도 상한가가 계속되면 손실액이 투자 원금을 넘어선다는 경고였다.

한국거래소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 시스템 내 공매도 위험성 경고창. /소가윤 기자

1시간 동안 매매를 해야 모의거래를 수료할 수 있다. 가상 계좌에 자본금 3000만원이 있었다. 모의 대주 거래는 10만주가 가능했다. 10분간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으면 로그아웃되기에 공매도가 가능한 대주신규매도, 대주매수상환 창에서 수시로 공매도를 체결했다가 매수했다. 매도호가를 현재가보다 낮게 정하자 ‘공매도 업틱 룰 주문 위반’이라는 안내창이 떴다. 업틱룰은 공매도할 매도호가를 직전 거래가격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 예컨대 주가가 1만원인데 이보다 낮은 9000원에 대량의 매도 주문을 낼 수 없다. 주가를 더 끌어내리면서 공매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제 증권사에 대주 거래 이용 신청을 하면 된다. 기자는 주 거래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나무(NAMUH)를 이용하기로 했다. 앞서 받은 금융투자협회 사전교육 이수번호와 한국거래소 모의거래인증시스템 인증키를 증권사 계좌에 등록해야 한다. 모의거래 인증에는 영업점의 승인 절차가 필요했다. 기자는 바로 공매도를 하기 위해 NH투자증권에 전화해 승인을 부탁했다. 승인되기까지 약 20분이 걸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점 마감 시간에 한 번에 신청 내역을 확인하기 때문에 영업점에 따로 전화하지 않을 경우 승인하는 데 하루 이틀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투자자는 3000만원 한도 내에서 거래할 수 있다. 주문가능 금액 한도에서 원하는 주식 수를 대주 매도 진입하면 거래가 체결된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공매도를 하기 위해 빌린 주식은 90일 이내 상환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에코프로 종목의 대주 가능 수량이 부족했다. /소가윤 기자

그런데 에코프로는 대주 가능 수량이 없었다. 실시간으로 가능 수량이 바뀌기 때문에 오후 1시가 넘어서도 수량을 계속 조회했다. 다른 증권사에도 수소문했지만, 한국증권금융에서 대주 거래를 허용해준 물량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신용융자나 주식담보 대출로 주식을 담보로 맡길 때 담보 활용 동의를 하면 해당 주식은 한국증권금융으로 이전된다. 한국증권금융은 다시 각 증권사를 통해 공매도하려는 다른 개인에게 그 주식을 대여해 준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지난 23일부터 대주 가능한 수량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와 같은 처지가 한둘이 아니라(그만큼 개미도 에코프로를 공매도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에코프로는 공매도로도 투자할 수 없었다.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와 거래비중은 지난달보다 늘었다. 지난 23일 기준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74만4317주로 지난달 26일(60만5510주)보다 13만8807주(22.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 차지하는 비중도 0.59% 늘었다. 공매도 물량을 상환했던 세력이 다시 공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는 실패했지만, 주가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은 공매도 외에도 있었다. 풋옵션 주식원런트증권(ELW)을 이용해 에코프로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하락에 베팅할 수 있다. ELW는 옵션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풋ELW는 기초자산을 미리 정해진 행사가격으로 정해진 만기일에 팔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것이다.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 다만 ELW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협회에서 2시간 분량의 ELW 투자자 온라인 교육 수료와 1500만원의 기본 예탁금 납부를 해야 한다. 1500만원 예탁금이 발목을 붙잡았다. 과감하게 포기했다. 교육은 200시간도 더 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교육만 충실히 받으면 될 텐데, 굳이 금액 제한을 둔 이유가 궁금했다. 사회초년생에겐 너무 높은 문턱이 아닌가 싶었다.

마찬가지로 에코프로비엠 개별주식 선물(종목 선물)도 거래할 수 없었다. 개별주식 선물거래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정한 가격으로 미래 정해진 시점에 거래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하락을 예상하면 해당 선물을 매도하면 된다. 하지만 선물 계좌를 따로 개설해야 하고, 1000만원 예탁금과 사전 교육 이수 등이 필요하다. 종목 선물은 난도가 더 높아 많은 전문가가 “초보 투자자가 손대기에 너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돈이 없고, 경험도 적은 사회초년생이 주가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뿐이다. ETF는 주식처럼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예탁금도 필요하지 않다. 특히 인버스 ETF는 레버리지나 곱버스(인버스 2배) ETF와 달리 사전 교육을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 KB자산운용은 다음 달 중순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차전지 업종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iSelect’ ETF를 상장한다. 이 ETF는 이차전지 관련주 중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1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에코프로(086520), 에코프로비엠(247540), LG에너지솔루션(373220), 포스코퓨처엠(00367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만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