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2억원, 당기순손실은 9억5000만원을 각각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자산운용의 분기 기준 적자는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손실도 손실이지만, 매출이 40% 넘게 급감한 것이 뼈아프다는 평가다.

적자 성적표를 받은 건 운용자산(AUM) 변동으로 인해 수수료수익이 줄어든 탓이다. 현대자산운용의 AUM은 지난해 1분기 11조4361억원에서 1년만에 7조6776억원까지 급감했다. 전체 AUM에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던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이 64.1%가량이 줄며 수수료수익도 45.5% 줄었다.

이는 지난해 불거진 현대자산운용의 ‘국공채법인클린MMF’ 부실 운용 논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국공채법인클린MMF에 부적합한 자산이 담겨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자산운용은 MMF에 단위조합 정기예금 편입을 금지한 사실을 모른 채 상품을 운용하다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았다. 당시 현대자산운용은 기존 고객의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한 달 새 3조원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다. 현재는 지적 사항이 시정된 상태다.

부실 운용 논란뿐 아니라 부실 자산을 담았다가 전액 손실처리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대자산운용은 운용 중인 벤처펀드 ‘현대M멀티-헤지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1호’가 담은 셀리버리를 지난 4월 전액 상각했다. 성장성 특례 1호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바이오기업인 셀리버리는 감사 의견 거절을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상각 전 펀드 내 셀리버리 비중은 4.84%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펀드 운용을 담당했던 한 임원이 사측 경고에도 셀리버리 지분 일부를 늦게 처분하면서 손실 폭이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임원은 해당 결과에 책임을 지기 위해 지금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임원뿐 아니라 현대자산운용 직원 일부가 스스로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매니저는 “벤처펀드 특성상 메자닌 비율을 유지해야 해서 신규 메자닌을 넣지 않는 이상 비중을 줄일 수 없었다”며 “일부 비중을 처분했으나, 벤처 신주 요건을 위한 비중이 높아 손실이 컸다”고 해명했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MMF 수탁고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수익률 제고를 위한 선택이었고, 편입자산 문제 해소 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그동안 부동산 비즈니스가 최근 몇년 간의 주된 수익원이었으나, 금리인상 여파로 신규 거래가 급감하면서 전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적자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자산운용은 과거 이익치 회장이 이끌었던 현대증권(현 KB증권)이 2009년 설립한 회사다. 1999년 바이코리아 펀드로 유명세를 탔던 모회사 현대증권이 2014년 KB금융지주에 매각되면서 현대자산운용도 주인이 바뀌었다. 지금은 부동산 회사인 무궁화신탁이 75%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