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 사건으로 수년 동안 외부감사를 맡아왔던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하 딜로이트안진)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 2017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눈감았던 감사인인데 이후 현재까지 6년여간 금융당국의 감리에서 빅4 회계법인 중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는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금융당국이 확인하는 작업이다.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도 계속 부실 감사를 해 온 것이 감독당국에 적발돼 왔던 셈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딜로이트안진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부터 9차례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리 지적을 받았다. 증선위는 회계법인이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외부감사에 대한 감리를 통해 제대로 된 감사 절차를 이행했는지, 위법 행위는 없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한다. 최근 3개 사업연도 기준으로 보면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감리 지적은 모두 6건이다.
앞서 딜로이트안진은 2017년 3월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 논란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감사를 맡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징후를 감지했음에도 묵인한 혐의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매출액을 부풀리거나, 자회사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등 방식으로 회계 장부를 조작해 5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딜로이트안진은 이후 같은 해 11월 현대건설(000720)의 2013~2016년 매출액, 연결재무제표, 공사미수금 등 감사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딜로이트안진은 증선위 조치에 따라 과징금 9억원과 공인회계사회에 적립하는 손해배상공동기금 20%를 추가로 냈고, 소속 회계사 등과 함께 일정 기간 감사 업무가 제한됐다.
딜로이트안진은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인 웅진(016880), 제이더블유중외제약, 코스닥 시장 상장사인 에코바이오홀딩스를 비롯해 비상장사인 포스코건설 등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어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딜로이트안진이 1~2년간 이 회사들에 대한 감사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또 지난해 1월에는 대한전선(001440)의 2012년 사업보고서의 매출채권 등 대손충당금에 대한 감사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미 2014년에 지적이 된 내용이지만, 이후 딜로이트안진과 소속 공인회계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증선위 조치 일부(2011년 사업보고서 지적 사항)가 법원 판결로 취소되면서 2012년에 대한 조치가 다시 부과됐다.
비슷한 기간 딜로이트안진과 함께 4대 회계법인으로 묶이는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회계법인에 대한 감리 지적은 순서대로 4건, 5건, 4건이다. 결산 시기에 따라 삼정KPMG는 지난해 3월, 삼일PwC와 EY한영은 6월까지를 기준으로 했다. 최근 3개 사업연도만 기준으로 보면 삼일PwC와 EY한영은 각각 2건, 1건에 그쳤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29일 614억원 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 감사를 진행한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감리를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딜로이트안진은 2004년부터 우리은행 횡령이 발생한 기간(2012~2018년)을 포함해 2019년까지 16년간 우리은행 외부감사를 맡았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은 삼일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안진회계법인이 우리은행 사업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낸 것에 대해 “회계법인은 감사할 때 재고자산이 존재하는지 꼭 봐야 한다”며 “어떤 연유로 감사가 잘 안됐는지도 조사해야 하면 회계법인 감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이 감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외부감사법상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