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년 2개월 동안 금지했던 공매도를 다시 허용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034220), 아모레퍼시픽(090430), 롯데쇼핑(023530)이 가장 많은 공매도 거래대상이 됐다.
이들 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13~14%가 공매도였다. 이 종목들이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빌려서 주식을 매도해버리는 것이다. 이 3종목에 대해 증권업계도 향후 업황이 악화해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 등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5월 3일부터 지난 8월 5일까지 3개월여 기간 LG디스플레이는 거래금액 기준으로 7883억7969만원이 공매도 됐다. 이는 전체 거래의 14.42%에 해당한다. 공매도 규모가 7000억원이 넘은 종목은 유가증권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1~6월) 매출 6조9656억원을, 영업이익은 70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1.3%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LG디스플레이가 영업이익이 7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2분기(8040억원) 이후 4년 만이다.
하지만 공매도 규모에서도 볼 수 있듯 미래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앞으로 액정 표시 장치(LCD) 업황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8월 들어 32인치 TV용 LCD 평균 거래가격은 84달러로 전달보다 3.4% 하락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영업이익 2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LCD 업황 둔화에 따라 영업이익이 2조원으로 올해보다 8000억원이 급감할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LCD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 증설과 LCD 엑시트 전략 추진 등 보다 적극적인 OLED 회사로의 변화가 나타날 때 OLED 사업부의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LCD 업황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OLED 사업을 더욱 확장해야만 기업가치가 재고될 것이라는 얘기다.
아모레퍼시픽과 롯데쇼핑도 대규모 공매도를 겪고 있다. 3개월간 각각 5287억2827만원(14.42%), 1280억3382만원(13.23%)이 공매도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과 면세점 실적에 대한 우려 등으로 공매도가 많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목표 주가를 기존 30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낮춘 분석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29일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27만3000원으로 낮췄고, 신영증권도 같은 날 목표주가를 32만원에서 2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개 증권사의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 평균치(컨센서스)는 29만2824원이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 상황으로 아모레퍼시픽 실적이 저조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됐고 주가도 상당히 올랐다”라며 “그러나 하반기로 가면 기저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 내 화장품 시장의 경쟁 심화 등도 기업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타깃이 된 롯데쇼핑도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당기순손실이 3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990억원) 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를 많이 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 등 펀더멘털보다 주가가 많이 올라 있는 상태로 투자자들이 판단했다는 의미”라며 “공매도가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높게 형성된 주가를 기업의 적정한 주가로 돌아가도록 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