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 홈페이지 캡처

이 기사는 2025년 7월 8일 16시 3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올해 처음으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중 디지털(Digital) 역량이 있는 지원자를 뽑는 별도 전형을 신설했다. 주요 회계법인이 앞다퉈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공식 채용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은 올해 신입 공인회계사 모집 공고에 디지털 전형을 새로 만들었다. 삼일은 이 전형을 통해 프로그래밍, 데이터, 인공지능(AI) 활용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의 인재를 모집한다. 이 전형에 지원하려는 합격자는 공통으로 프로그래밍 등을 통한 디지털 상품 개발이 가능해야 한다.

삼일은 지난해에도 데이터 처리·분석이 가능한 지원자를 외국어 능통자·이공계 전공자 등과 함께 우대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300명 넘게 뽑은 신입 회계사 중 50여명이 관련 능력을 보유해 가산을 받았다. 그러나 아예 별도 전형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디지털 전형은 오는 28일까지 지원할 수 있으며, 이 전형에서 떨어져도 8월 11일까지 모집하는 감사(Assurance) 전형에 원서를 넣을 수 있다.

프로그래밍 분야 지원자는 파이선(Python), VBA 등 프로그래밍 언어에 능숙해야 하며 웹스크래핑, 매크로 개발 등 자동화 경험이 있어야 한다. 특히 삼일은 우대사항으로 웹(Web) 프론트엔드(Front-end) 또는 백엔드(Back-end) 구현 경험을 제시했다. 프론트엔드는 사용자가 볼 수 있는 화면을, 백엔드는 사용자가 볼 수 없는 환경을 구성하는 일을 한다.

데이터 분야는 데이터 분석·시각화 도구 활용 능력, 데이터베이스 명령어(SQL)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통계 분석과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 개발·적용 경험이 있는 게 우대사항이다. AI 활용의 경우 Gen AI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오픈 소스 기반 프로젝트 또는 과제 경험이 있어야 하며 이 기반 설루션 기획·설계·개발 경험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삼일 측은 디지털 전형을 신설한 배경에 관해 “향후 AI와 디지털 활용 역량이 회계 전문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이에 따라 내부 임직원의 역량 제고뿐 아니라 신입 회계사 채용 단계에서도 이러한 전문성을 검증하고 우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서희

삼일을 비롯한 대형 회계법인들은 최근 앞다퉈 디지털·AI 역량을 늘리고 있다. 삼일은 신입 채용 공고에 앞서 실시한 정기 인사에서 이승환 부대표 등 디지털·AI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이와 함께 삼일은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 혁신을 지원할 ‘AX 노드’ 조직을 공식 출범시켰다.

삼정과 안진에서도 이번 정기 인사에서 DX와 AX 전문가들이 대거 승진했다. 안진은 지난달 회계·감사 부문 내 기존 데이터 분석·설루션 개발 전담 조직을 그룹으로 확대했다. 지난 1일엔 부문별로 있던 AI 전문가들을 한곳에 모으는 조직을 신설했다.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디지털·AI 역량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2차 시험이 끝나면 해외여행을 가는 등 숨을 돌리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엔 프로그래밍 학원에 다닌다고 들었다”면서 “대학 채용 설명회를 가도 관련 질문이 많이 나오는 등 관심도가 높다”고 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 회계법인 채용 문이 좁아지고 있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지원자들이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특기를 갖추는 것이다. 올해 빅4 회계법인 예상 채용 규모는 700명가량으로, 이외 회계법인까지 합쳐도 800~9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1000명)보다 적은 수준인데, 올해 구직자가 14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보다 회계사 취업난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