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 기사는 2025년 7월 2일 17시 4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태광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애경산업(018250) 인수전에 뛰어든 가운데, 이 PE에 대한 이호진 전 회장 부자의 지배력이 적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PE에는 태광산업 등 계열사들의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즉, 오너 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PE가 태광 계열사들의 돈을 받아 애경산업 등을 인수하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펀드의 규모를 키운다면, 이 전 회장 부자는 회삿돈을 활용해 경영권 승계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이 올해 1월 설립한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맺고 애경산업 인수전에 참여해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됐다. 티투PE 컨소시엄 외에도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일본 라이온코퍼레이션 컨소시엄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티투PE는 이 전 회장 부자의 지분이 적지 않다. 최대주주는 지분을 41%씩 보유 중인 티시스와 태광산업이며, 이 전 회장 장남 이현준씨가 9%, 장녀 이현나씨가 9%를 보유 중이다.

티시스는 이현준씨가 지분 11.3%를 소유한 회사다. 따라서 이현준씨는 티투PE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총 13.6% 갖고 있는 셈이다. 이호진 전 회장의 직·간접 지분율은 13.8% 수준이다.

티투PE는 납입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회사다. 다만 자본총계는 100억원이다.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주당 10만원에 10만주 발행해 100억원을 확보한 뒤, 납입자본금을 뺀 잔액 95억원을 주식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으로 계상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발행초과금은 PE의 운용사출자금(GP커밋)으로 쓰일 수 있다.

티투PE는 태광산업과 티시스 등 주주들의 돈에 더해 외부 출자금을 모아 애경산업 인수를 추진할 전망이다. 태광그룹 계열 보험사인 흥국생명, 흥국화재, 고려저축은행 등의 자금도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만 요즘 프로젝트펀드의 출자자(LP)를 찾는 게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애경산업이 얼마나 매력 있는 매물이냐에 따라 펀드레이징의 난이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태광산업 등 자금력 있는 계열사들이 돈을 더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태광산업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티투PE의 애경산업 인수 시도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 중이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애경산업을 정 인수하고 싶다면 태광산업이 직접 하면 되는 게 아니냐”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큰 PE에 돈을 대줘서 애경산업을 인수하게 만들고, 이익은 PE에 몰아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