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59포인트(0.47%) 내린 3075.06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2일 코스피는 3070선으로 후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유예는 없다”고 언급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한 게 악재가 됐다. 여기에 차익실현 매물까지 쏟아지며 그간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끈 조선, 원전 등 관련주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59포인트(0.47%) 내린 3075.06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5.83포인트(0.19%) 내린 3083.82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오후 들어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오전에는 3032.47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장중 고가는 3090.61이었다.

전날까지 코스피는 이틀 연속 올라 3089.65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3133.52까지 오르며 지난달 25일 기록한 연고점(3129.09)을 거래일 기준 나흘 만에 넘어서기도 했다. 기관 매수세에 더해 외국인이 5거래일 만에 ‘바이 코리아’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다만 이날 외국인은 ‘팔자’로 선회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414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더해 코스피200 선물에서도 20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3915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기관도 55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트럼프발 관세 불안이 재점화한 게 외국인의 ‘셀 코리아’, 그리고 코스피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일(현지 시각)로 종료되는 상호 관세 유예 시한을 연장할 뜻이 없다고 거듭 확인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관세 유예를 연장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각국에 (상호 관세에 관한) 서한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교착 상태에 빠진 일본을 향해선 관세율 상향도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2일 한국을 비롯한 56개국과 유럽연합(EU)에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달 9일 0시 1분을 기해 이를 발효했다가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하고 90일간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각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주가 하락도 국내 증시에는 악재가 됐다. 기술주에서 우량주로 투심이 이동하는 모양새가 나타나면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3% 가까이 하락했고,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간 갈등 심화로 테슬라 주가는 5% 넘게 내렸다.

단기 변동성 확대 속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 반전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총 증가분의 16.6%를 차지하며 지수 상승을 이끈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미국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따른 투심 위축에 맞물리며 이날 2% 넘게 내렸다.

조선, 방산, 원전, 금융, 지주, 인터넷 업종도 이날 하락으로 마감했다. 그간 코스피지수 상승 주도주로 꼽혔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되면서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주가가 2% 넘게 내렸고,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주가도 약 1.4% 하락했다.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59포인트(0.47%) 내린 3075.06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반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간밤 테슬라 주가 급락에 약세로 출발했으나 장중 상승으로 전환, 전 거래일 대비 1.68% 상승한 주당 30만2500원으로 마감했다. 이외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1%대 상승으로 마감했고, 셀트리온(068270) 주가도 5% 넘게 오르며 상승 마감했다.

HD현대건설기계(267270)HD현대인프라코어(042670)의 주가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HD현대건설기계의 HD현대인프라코어를 흡수합병 추진 소식이 호재가 됐다. 아울러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 상용화 추진에 나선 애경케미칼의 주가도 16% 넘게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세를 보인 종목은 하락으로 반전했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 주가가 부진했던 업종·종목들의 차별적 반등이 전개됐다”면서 “단기 매물 소화, 과열 해소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도 소폭 하락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50포인트(0.19%) 내린 782.17로 마감했다. 지수는 1.06포인트(0.14%) 오른 784.73으로 출발했으나 장중 하락으로 전환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와 마찬가지로 204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상승으로 마감했다. 최근 강세장에도 비교적 소외됐던 제약·바이오와 이차전지 관련주로 수급이 유입되면서다. 코스닥시장 시총 1위 알테오젠(196170) 주가는 이날 5% 넘게 상승했고, 에코프로비엠(247540)에코프로(086520) 주가도 올랐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협상안 발표 전까지는 지난 4월 초와 유사하게 경계감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오는 3일 미국 고용보고서가 나오고 8일에는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가 예정된 만큼 이후 시장 시선은 실적과 금리 인하 여부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50원(0.04%) 오른 1353.30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관세 불확실성 여파에 따른 달러 약세 영향으로 전날보다 0.9원(0.09%) 내린 1355.0원으로 출발해 횡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