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코스피 지수는 2021년 9월 27일(3133.64) 이후 3년 9개월 만에 3100선을 돌파했다. 새 정부 정책 기대감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소식까지 더해지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난 덕이었다. 그러나 이후 사흘(25~27일)간 외국인 투자자가 1조5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갈 길 바쁜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시장에선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흐름으로 해석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6월 18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DC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정책 모멘텀에 따른 수급 유입과 차익 실현 움직임은 이번 주(6월 30일~7월 4일)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책 기대감은 당분간 계속 유효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 시한인 7월 4일 전까지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NH투자증권은 정책 시행을 확인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과 개인 투자자 수급 동향 등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에 3000대로 진입하면서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했으나, 이는 건전한 조정으로 판단한다”며 “증시 주변 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정책 모멘텀이 있는 업종·종목 장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신용융자잔고(12조3000억원)와 고객예탁금(66조7000억원) 모두 상승 추이를 지속해 개인 투자자 수급 유입이 기대된다”고 했다.

당장 이번 주에는 미국 경제지표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연준 위원들끼리도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미셸 보우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는 반면 제롬 파월 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파월 의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그(파월)가 끔찍하다고 생각한다”며 파월 의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파월이 트럼프 압박에 굴복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7월 1일로 예정된 6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와 4일로 예정된 6월 미국 고용보고서를 주목하는 이유다. 두 지표가 양호하다면 금리 인하 기대감은 위축될 것이고, 반대로 부진하다면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보면 6월 ISM 제조업 지수는 전월과 같은 48.5, 비농업 고용은 전월(13만9000명)를 밑도는 11.6만명이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고용 전망 지수는 코로나19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상호관세 협상 만기일(7월 9일)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이 데드라인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시장에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진전을 보이는 국가들 기한을 미뤄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관세 장벽 하향 의지와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호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