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가 온라인 홈페이지에 띄운 팝업창(왼쪽)과 나이스신용평가의 팝업창. /홈페이지 캡처

이 기사는 2025년 6월 18일 16시 2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NICE(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가 최근 금융투자협회의 신용평가사 역량평가 결과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금투협이 2025년도 신용평가회사 역량평가 결과를 발표한 직후 한신평과 나신평은 각 온라인 홈페이지에 이를 담은 팝업창을 띄웠다. 발표 다음날인 5월 30일 나신평이 올린 ‘나신평 관련 주요 내용’이라는 제목의 팝업창을 보면 “선제적 의견제시, 시장소통노력과 그 유용성, 최근 개선노력에서 나신평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혀 있다.

이어 나신평은 “이슈분석보고서나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신평사가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는지에 대해서 나신평이 시장으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신평도 지난 2일 ‘금투협 신평사 역량평가, 전 부문 1위’라는 제목으로 “2025년 상반기 금융투자협회 신용평가회사 역량평가 결과 한신평이 신용등급의 정확성, 신용등급의 안정성 및 예측 지표의 유용성 부문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사로 선정됐다”는 팝업창을 띄웠다.

논란이 된 부분은 바로 다음 문장이었다. 한신평은 “또한 ‘시장소통노력 등에 대한 설문조사’와 ESG 업무역량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고 했다. 나신평과 한신평 모두 ‘시장소통노력’ 분야에서 서로가 이른바 1등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 평가 관련 모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별도로 시행된 설문조사에선 결과가 달랐다”면서 “이 때문에 내부 직원끼리 내용 정정 요청이 있을 정도로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엄밀히 따지면 두 회사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우선 나신평은 설문 항목 4번인 ‘시장소통 노력과 그 유용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인 3.99점을 받았다. 한신평은 3.97점이었다. 그런데 전체 설문 결과 평균 점수로 보면 한신평이 3.98점으로 나신평(3.91점)과 한국기업평가(3.98점)보다 높았다. 각자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발췌해서 공지를 한 셈이다. 이 설문조사는 선제적 의견제시, 제공정보의 적절성 등 항목 6개로 진행됐다.

이들 신평사가 이렇게 촉각을 곤두세운 역량평가는 금융위원회의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2017년 도입됐다. 나이스·한국신용·한국기업평가 3사가 대상으로, 금투협이 매년 5월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이들 3사의 과점 체제를 우려해 시장 규율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이들 세 회사가 약 33%씩 나눠 점유하고 있다.

신평사 역량평가는 신용등급의 정확성, 신용등급의 안정성과 예측지표의 유용성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정량평가(50%)와 정성평가(50%)로 각각 이뤄진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 심의를 거쳐 부문별 우수 신용평가회사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금투협은 이와 별도로 투자자 주요 관심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신평사 역량평가를 두고 업계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신평사간 등급 담합 등 불건전 영업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됐는데, 목적에 부합하는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 회사가 점차 상향 평준화되면서 시장 만족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순위를 매겨 꼴찌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투협도 이를 의식한 듯 올해부터 공식 자료에선 ‘종합 1위’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부문별로 ‘가장 우수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 등의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