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스페이스의 시험 발사체 ‘한빛-TLV’가 지난해 3월 브라질 아우칸타라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6월 10일 15시 5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우주발사체 1호 상장사’ 이노스페이스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보고 투자했던 벤처캐피털(VC)들이 손실 위기에 처했다.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300억원 넘는 돈을 베팅했지만, 주가는 재차 하락해 투자 3개월여 만에 자산 가치가 10% 넘게 쪼그라들었다.

10일 VC업계 등에 따르면 IMM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스틱벤처스 등이 이노스페이스 전환우선주(CPS)로 보유한 지분 13.72%(149만860주) 가치는 이날 종가(1만7960원) 기준 269억원으로, 약 3개월 전 최초 투자 당시와 비교해 12% 넘게 감소했다.

지난 3월 IMM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스틱벤처스 등 VC는 이노스페이스가 진행한 306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투자자로 참여, 주요 주주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발행단가 2만525원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CPS 149만860주를 확보했다.

당시 VC들은 이노스페이스의 주가가 저점이라고 판단, 투자에 나섰다. 투자 기대 수익을 높게 잡는 VC 특성상 상장사보다 비상장사 투자를 선호하지만, 주당 4만3300원(공모가)으로 증시에 입성한 이노스페이스의 주가가 2만원대로 떨어진 게 주효했다.

하지만 이노스페이스의 주가는 VC들의 예상과 달리 움직였다. 상업 발사를 앞두고 추가 자금을 조달한 게 호재로 작용하며 5월 중순까지는 주가가 우상향을 이었지만, 지난달 27일 하루 동안에만 15.69% 주가가 급락, 이후로는 2만원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소형 위성 발사체 ‘한빛-나노’ 상업 발사 지연이 악재가 됐다. 발사체 전문 기업인 이노스페이스는 지구 관측용 소형 위성을 실어 우주로 보내는 발사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정했지만, 2017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상업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상장 추진 당시 올해 3월 상업 발사를 시작해 연 478억원 매출을 낸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아직 상업 발사 시점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올해 초 한 차례 7월로 발사 시점을 연기한 상황에서, 지난달엔 하반기 중으로 정정했다.

주가 하락에도 VC들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태도다. CPS 전환가액을 1만4368원까지 하향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항을 갖췄기 때문이다. 전환청구기간도 2035년까지로 긴 만큼 상업 발사 성공 시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주가 상승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상업 발사 성공 자체가 쉽지 않고 성공 이후로도 실패가 거듭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회사들도 고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령 미국 소형 발사체 업체 아스트라스페이스는 지난 2021년에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 가치로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결국 상장 폐지됐다. 2단형 액체 로켓 소형 발사체가 궤도 비행에는 성공했지만, 잦은 발사 실패와 신뢰도 하락으로 적자를 계속했다.

영국 버진그룹의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버진오빗은 파산했다. 2017년 설립 이후 4년여 만인 2021년 우주발사체 ‘런처 원’(Launcher One)의 첫 저궤도 진입 성공을 바탕으로 상업 발사에 나섰지만, 기술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끝내 파산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우주 산업은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면서 “상업 발사 성공 후 투자금 회수가 목표였겠으나, VC들은 향후 이노스페이스로 추가 투자를 계속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