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08시 4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를 운영하는 에프앤코가 해외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본업이 아닌 외부 지분 투자로 4.5배의 수익을 내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MLB’·'테일러메이드’ 등으로 유명한 패션 업체 F&F의 오너 2세 김승범 상무가 이끌고 있어 일찌감치 주목받아 왔다. 업계에서는 에프앤코가 향후 김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오너 일가가 ‘에프앤코→F&F홀딩스→F&F’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추기 위해 승계 작업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즉, 지주회사 F&F홀딩스(007700) 지분의 추가 취득을 예상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에프앤코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F&F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는 대신 해외 사업 확장 및 기업 인수 등으로 외연을 키운 뒤 상장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에프앤코의 기업가치가 내년 중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기대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프앤코는 최근 피부과·성형외과 체인 ‘쁨클리닉(쁨의원)’을 운영하는 진이어스의 2대주주 지분 10%를 180억원에 매각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SG프라이빗에쿼티(PE)와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 지엔텍이 나눠서 인수했다. 기업가치는 15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이어스의 몸값은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거래는 구주 매매였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할인됐다.
에프앤코는 앞서 지난 2021년 진이어스에 총 4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보통주로 30억원, 전환사채(CB)로 10억원을 투자했다. 진이어스가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던 해로, 당시 영업이익은 32억원에 불과했다. 작년 영업이익(118억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3년 만에 4.5배를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것이다.
에프앤코의 진이어스 투자를 총괄한 인물은 이 회사 대표이사를 겸직 중인 김승범 F&F 상무다. 1987년생으로 김창수 F&F 회장의 장남인 김 상무는 지난 4월 에프앤코 대표로 승진하면서 단일 최대주주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에프앤코 지분 88.96%를 김 회장과 김 상무, 김 회장 차남인 김태영 팀장 등 오너 일가가 나눠서 보유 중인데, 그중 김 상무가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것이다.
에프앤코는 진이어스뿐 아니라 테슬라 주식도 다량 보유 중이다. 2021년 4억원어치를 사들여 절반가량을 팔고 나머지는 현재까지 들고 있다. 김 상무는 가상자산에도 관심이 많아 에프앤코를 통해 비트코인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VC)이 운용하는 펀드에도 골고루 출자했다.
업계에서는 에프앤코가 앞으로 F&F 그룹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시해 왔다. 오너 2세가 단일 최대주주인 데다 비상장사인 만큼, 향후 경영권 승계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프앤코는 지난해부터 그룹 지주사인 F&F홀딩스 지분을 조금씩 장내매수해 왔다. 작년 상반기 2.22%를 사들인 이래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는 4.84%까지 높아진 상태다. 에프앤코의 F&F홀딩스 지분율이 높아진다면 2세 승계는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F&F홀딩스는 사업 회사 F&F(383220)의 지분 33.98%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에프앤코가 F&F홀딩스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 왔다. 올해 들어 주가가 16% 넘게 떨어진 상태이며, 2021년 고점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프앤코에서도 F&F홀딩스 주식의 추가 매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이 거의 5%에 육박한 상태여서 주식을 더 산다면 앞으로는 사고 팔 때마다 변동 사항을 공시할 의무를 갖게 된다.
그러나 에프앤코의 본업과 투자업이 지금처럼 계속 순항한다면, F&F홀딩스 지분 매집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진이어스처럼 본업과 관련 있는 회사 지분을 사거나 M&A를 할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올해 에프앤코의 매출액은 2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1530억원)보다 63%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일본 내 매출 비중이 20~30% 수준이라고 한다. 회사 측에서는 내년 매출액을 3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을 20%라고 가정한다면, 내년 영업익이 600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는 셈”이라며 “이 경우 기업가치 1조원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