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시중 은행의 ATM기기. /뉴스1

카드업계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을 줄이며 건전성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신용카드사의 실질 연체율이 2%에 육박하자 연체 위험이 큰 대환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상환할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다른 카드사에서 받은 대출을 대신 상환해주고 만기를 조정하는 상품과, 한 카드사가 동일 금융 소비자에게 카드론을 한 번 더 제공하는 자체 상품으로 구분된다.

대환대출로 만기를 조정해 단기적으로 연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용 등급이 떨어지고 이전 대출보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기에 결국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인 만큼 금융 소비자의 상환 능력이 약할 가능성이 커 카드사의 건전성도 떨어질 확률이 높다.

1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8개 전업 신용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카드론 자체 대환대출 잔액은 1조4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줄었다. 현대카드는 전년 대비 대환대출 잔액을 39.9% 줄여 감소 폭이 가장 컸고, KB국민카드(38.4%), 신한카드(31.1%) 등도 대환대출 잔액을 줄였다.

증가세를 보인 곳은 비씨카드와 우리카드, 삼성카드 세 곳이었다. 비씨카드는 대환대출 잔액 0원에서 18억4000만원으로 소폭 늘었고, 우리카드와 삼성카드는 10% 안팎으로 증가했다. 우리카드는 일부 부실 채권을 대환대출로 전환해 관리하면서 잔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신용카드 사용 빈도가 늘면서, 카드론 대환대출도 함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 카드 대출 및 대납 광고물이 붙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각 카드사의 올해 1분기 기준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약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최근 카드사들은 연체율 상승에 대응해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업 카드사 8곳의 올해 1분기 평균 실질 연체율은 1.93%로, 전년 동기(1.85%) 대비 0.08%포인트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분기(1.80%)와 비교하면 0.13%포인트 오른 수치다. KB국민·하나·우리·BC카드는 이미 실질 연체율이 2%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는 연체율이 2%를 넘으면 위험 신호로 본다.

이번 달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라 카드론도 신용대출에 포함되면서, 카드업계의 수익성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가 감독 당국 분류상 ‘기타 대출’로 분류돼 DSR 적용 등 주요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DSR은 연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대출 가능 한도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실제보다 높은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함으로써 보다 보수적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카드론은 금액에 상관없이 신규 취급 시 곧바로 스트레스 금리(1.5%)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카드론 이용자 수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대환대출 잔액을 줄이기 위해 전반적으로 신규 영업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회복돼 금융 소비자의 상환 능력이 개선되면, 다시 영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