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증가하면 미국 단기 채권 금리가 하락해 이자비용이 감소하는 반면, 기존 미국채 가격이 상승(수익률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단기 미국채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9일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독일 비영리단체 ‘블록체인 리서치 랩’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미국채 시장점유율을 1%포인트 늘릴 때마다 만기 1개월 미국채 수익률은 3.8%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분기 1개월 미국채 평균 수익률이 4.16%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최대 0.15%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최대 130억~150억달러의 국채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증가하면 미국채 수요가 늘어난다. 발행사가 코인을 발행한 대가로 받은 달러의 70~80%를 만기 1년 미만 미국채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미국채 수요가 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국채를 찍어내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반대로 이미 높은 금리로 발행된 미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률은 낮아진다.
특히 테더의 미국채 점유율이 0.973% 넘긴 상황에서는 점유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만기 1개월 미국채 금리는 0.0626%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대로 점유율이 0.973% 미만이면 미국채 금리는 0.0173% 감소한다. 테더가 일정 비율을 초과해 미국채를 보유하면 미국채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계단식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단기 미국채 점유율은 2%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수요가 커질수록 금리 인하 효과 등 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래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발표한 ‘스테이블코인의 국채 수요에 따른 거시경제 영향’ 논문에서 USDT가 대규모로 발행된 다음 날 단기 미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BIL) 수익률이 평균 0.027%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대규모 발행으로 기존 단기 미국채 가격이 오른 셈이다. 김 교수는 이를 일시적 현상이라고 밝혔지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성장하면 미국채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성화하려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채 수요 증대를 꼽고 있다. 미국채 수요는 미국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연기금 등 기관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된다면 각국 일반 시민이 단기 미국채 수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혁신을 넘어 미국채 시장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미국 금리 전략을 담당하는 마크 카바나는 지난달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머니마켓펀드 콘퍼런스에서 “미국이 단기 국채 발행 정책으로 전환하려 한다면, 이에 대한 정당화된 논리 중 하나는 스테이블코인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