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의 정용수 대표이사.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국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세금 신고 및 환급 도움 서비스인 ‘삼쩜삼’을 운영하고 있는 자비스앤빌런즈의 정용수 공동대표가 퇴임한다. 정 대표의 사임과 함께 삼쩜삼은 대외 환경 및 업황 악화로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및 방향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이달 말일을 마지막으로 공동대표 자리를 내려놓는다. 정 대표는 2023년 8월 공동대표로 선임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대표이사 사임 뒤에는 고문직으로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나고, 삼쩜삼과 자비스앤플랫폼즈의 서비스는 모두 백주석 대표의 단독 경영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정 대표는 2020년 최고제품책임자(CPO) 시절 삼쩜삼을 직접 기획해 선보인 인물로, 사내에서는 ‘삼쩜삼의 아버지’로 불린다. 삼쩜삼은 프리랜서나 영세 사업자, 아르바이트생 등 세무 사각지대에 놓였던 사람이 소득세를 환급받도록 돕는 서비스로, 세무사 없이 몇 번의 조작으로 숨은 환급액을 찾아주는 기능으로 큰 반향을 얻었다. 2022년 가입자 1000만명을 넘었고, 지난해까지 누적 가입자 2100만명, 누적 환급 신고액은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세무사 단체와 갈등이었다.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했던 삼쩜삼은 지난해 초 한국거래소 상장위원회로부터 상장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세무사 단체와의 갈등과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이 위험 요인으로 언급된 탓이다. 세무사회는 탈세 조장 및 불법 세무 대리에 대해 삼쩜삼을 지적해왔고 결국 검찰에 삼쩜삼을 고발하며 소송전을 치렀다.

삼쩜삼 세금 환급 서비스 예시 화면.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4년여간의 법적 공방에 삼쩜삼은 최근 무죄 처분을 받게 됐으나 그사이 토스인컴을 비롯한 여러 경쟁업체가 등장하며 세무 플랫폼 시장의 경쟁은 거세졌다. 최근 일부 세무 플랫폼에서 서버 문제도 불거진 가운데 국세청은 안정성을 무기로 수수료 없는 무료 환급 서비스를 내놨고, 세무 전문 직역인 세무사회 쪽에서도 전문성을 내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삼쩜삼이 사업 방향 선회를 고민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앞서 공동 대표 체제에서 김범섭 대표는 신규 사업 발굴과 시장 개척에, 정용수 대표는 삼쩜삼 플랫폼 중심 세무 상품의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업황 악화로 전년 대비 올해 삼쩜삼의 매출이 역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며 사업 점검과 선회가 화두로 떠올랐고 이 과정에서 정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최고성장책임자(CGO)로 대표자리를 백 대표에게 넘겼다.

다만 자비스앤빌런즈 측이 삼쩜삼 서비스 운영을 종료하는 것은 아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현재 삼쩜삼과 함께 AI 경리·회계 서비스 ‘자비스’와 걸음 기반 이벤트 플랫폼 ‘럭키즈’, 세무사 업무 지원 플랫폼 ‘삼쩜삼 TA’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을 수 있는 건 삼쩜삼밖에 없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이번 사임 결정은 회사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사업 방향 전환을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