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격화하고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金)은 물론 은(銀)값까지 뛰고 있다. 은행 골드뱅킹·골드바 투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1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은으로도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리는 모습이다.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31.1g)당 3422달러에 거래됐다. 전날엔 3473.45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4월 22일 기록한 최고치(3509.9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은값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국제 은값은 이날 36.5달러대를 기록했다. 지난 9일엔 37.03달러까지 오르며, 2012년 2월(37.13달러)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금·은값이 올해 들어 각각 30.1%, 23.8% 급등하며 고공행진하자, 관련 투자상품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한 골드바는 2256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액(1203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통장 계좌를 통해 손쉽게 0.0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은행 ‘골드뱅킹’으로도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1조616억원이다. 골드뱅킹 잔액은 202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5000억∼6000억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실버바, 실버뱅킹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8억3600만원어치의 실버바를 판매했다. 3월에 판매가 중단된 뒤 4월 일부 은행만 공급을 재개했음에도, 지난해 연간 판매액(6억3000만원)의 3배가 팔렸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초 실버바 판매 재개 후 수요가 더 늘었다”며 “금에 비해 가격 부담이 덜하고 상승 여력도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은행만 실버뱅킹을 판매 중인데, 해당 계좌의 잔액은 지난해 말 445억원에서 이달 12일 기준 627억원으로 40%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금값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 차익을 노려 투자 비율을 높게 가져가기보단, 투자 포트폴리오의 5~10% 수준으로 ‘장기·분산 투자’할 것을 당부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은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2029년까지 국제 금값이 온스당 6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올해만 놓고 봐도 하반기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지점장은 “그렇다고 투자 비율을 높게 가져가기보단, 5~10% 안팎을 유지하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