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기능을 맡는 국정기획위원회가 16일 닻을 올렸다. 금융 정책을 도맡는 경제1분과에는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개혁파 인사 세 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정책과 감독의 분리’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금융 당국 개편 밑그림을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국정기획위 출범식을 열고 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금융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은 경제1분과로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과장을 맡았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 홍성국 민주당 최고위원, 김병욱 전 민주당 의원,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 이종욱 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등 5명이 분과위원으로 참여한다.

눈에 띄는 점은 경제1분과에 금융 개혁파 인물들이 포진했다는 것이다. 분과위원 중 금융 전문가 출신은 홍 최고위원, 김 전 의원, 김 교수 3인이다. 여권 내에선 이 3인이 분과 내 금융 정책 설계를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이 과거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만큼, 현 정부의 방향성에 맞춰 금융 당국 재편 로드맵을 짜는 데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스1, 그래픽=정서희

현 정권과 여당은 정책과 감독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 정책 수행 기관과 감독 기관을 분리하자는 안이다. 금융 정책은 보통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금융 당국은 한 기관이 산업 진흥과 규제를 동시에 수행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업무 중 상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대규모 소비자 보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민주당 측과 학계 일각에서 정책·감독 분리 필요성을 주장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금융위가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해서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또한 여권 내에서는 금감원을 2개로 나누는 안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금융위의 감독 기능을 금감원에 이관하되, 금감원을 2개 기관으로 나누는 방안이다. 현재 금융사 건전성 감독 전담 기관과 소비자 보호 전담 기관을 따로 세우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정기획위에 합류한 김 교수 역시 오래전부터 금감원을 2개로 쪼개는 방안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김 교수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국정기획위에서 금융 당국 개편을 논의할 것이다”라며 “금감원 개혁은 내 숙명이다”라고 말할 만큼 강경론자이기도 하다.

금융권 내에선 ‘이번엔 다르다’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010년대부터 금융 당국 조직 개편이 거론됐지만, 번번이 본격적인 추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권의 관심이 다소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국정기획위가 금융 당국 개편을 현안으로 다룰 예정이고, 이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당국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대통령실과 여당 의지가 강하다면 금융 당국 조직을 바꾸는 데 큰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고위직 출신 인사는 “조직을 바꾸는 과정에서 일부 혼란이 생기겠지만, 민주당의 방향이 아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조직 개편 목적에 따라 실현 가능한 디테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