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 /뉴스1

실손보험 과잉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손보험 재매입이 논의되고 있다. 1·2세대 가입자에게 보상금을 줄 테니 3·4세대로 갈아타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상금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보험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손보험 재매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실손보험 세대는 가입 시점에 따라 나뉜다. 2009년 8월 이전에 가입했다면 1세대, 이후부터 2017년 3월까지는 2세대, 이후부터 2021년 6월까지는 3세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판매되는 것이 4세대다.

1·2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물리치료비는 물론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한약주사, 추나, 한방 침이 모두 보장된다. 특히 1세대 실손보험은 통원치료를 받을 때 본인부담금이 없다. 실손보험이 모든 치료비를 보상한다는 뜻이다. 2세대 본인부담률은 10%다.

과잉진료·의료쇼핑으로 1·2세대 손해율이 치솟자, 본인부담률을 20~30%로 높인 3·4세대가 등장했다. 3·4세대는 특약에 가입해야 물리치료·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의료이용량이 많은 가입자라면 보장 범위가 넓은 1·2세대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보험료는 3·4세대가 저렴해도, 1·2세대가 보상을 더 많이 받아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보상금까지 주면서 3·4세대 전환을 권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픽=정서희

금융 당국이 실손보험 재매입을 허용하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우선 2세대라도 2013년 4월 이후 가입자는 4세대로 전환하는 게 좋다. 2013년 4월 이후부터 실손보험 약관에 ‘1년 갱신 15년 재가입’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2세대 가입 후 15년이 지나면 실손보험이 강제 전환되는 것이다. 현재는 4세대만 판매되고 있으니, 4세대에 가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재가입 시점에 본인부담률이 더 높아진 5세대만 남아있다면, 5세대에 가입해야 한다. 언젠가 전환해야 한다면, 보상금을 받는 게 유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3년 4월 이전 가입한 2세대와 1세대도 전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재매입이 시행되면 의료이용량이 많지 않아 보험료가 비싼 1·2세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4세대로 빠져나가고,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는 고객만 1·2세대에 남아있게 된다. 1·2세대의 손해율은 치솟을 수밖에 없고, 보험료도 함께 폭등하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세대로 가입자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일정 시점 이후부터는 (1·2세대는)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다만, 보험업계는 재매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1~3세대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하면 1년 동안 보험료를 50% 할인해 주는 혜택이 제공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4세대 손해율도 올해 상반기 130.6%로 높아져 전환 유도가 올바른 선택지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세대 전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다”라면서도 “3·4세대 손해율도 급증하고 있어 비급여 관리 체계가 더 시급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