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운영하는 적금담보대출 금리가 일반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청년이 급전이 필요할 경우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한 대출보다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게 유리해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를 운영하는 11개 은행(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국민·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 중 지방은행을 제외한 6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의 적금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지난달 각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보다 높았다.

적금담보대출은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 방지를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생활비가 필요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도록 해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적금담보대출 금리는 기본금리에 대출 시점에 확정된 우대금리, 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는 0.6~1.3%로 은행별로 다르다. 예컨대 국민은행의 적금담보대출 최고금리는 기본금리 4.5%, 은행별 우대금리 1.0%에 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 1.25%를 더해 6.75%다.

그런데 지난달 국민은행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6.06%로 적금담보대출 최고금리가 0.69%포인트 높다. 신한, 우리, 하나은행의 적금담보대출 최고금리는 6.50%인데, 이 은행들의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각각 5.57%, 5.37%, 5.99%로 5%대를 기록했다. 이외 NH농협은행, 기업은행의 적금담보대출 최고금리는 6.40%, 6.10%로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금리인 5.96%, 5.48%보다 높았다.

그래픽=정서희

신용대출 금리보다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 금리가 높게 책정되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은 은행별 기본금리에 대출 가산금리가 더해져 최소 5.00~5.50%부터 시작해 은행별 우대금리가 합해지면 더 높아지는 구조다”라며 “최근 신용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가운데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다면 청년들이 굳이 적금담보대출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하향 안정화하면서 신용대출 금리는 떨어지는 추세다.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변동금리(6개월)는 4.37~6.37%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5.89~6.40%였던 신용대출 금리에 비하면 하단이 1.52%포인트, 상단이 0.03%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 최고금리는 6.40~6.75%로 신용대출 금리보다 최대 2%포인트 높다.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 최고금리가 6%대로 책정되는 이유는 적금금리가 높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청년도약계좌는 공약 취지대로 청년이 5년간 5000만원을 모으기 위해서 적금금리가 최고 연 6%로 설정됐다. 통상 은행은 역마진을 막기 위해 대출금리를 적금금리보다 높게 책정한다. 이 때문에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6% 이상으로 설정되는 것이다.

다만 신용대출 한도가 적은 청년은 청년도약계좌 적금담보대출을 차선책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득이 없는 사람의 경우 신용대출 한도가 안 나오거나 적게 나오기에, 급전이 필요할 경우 적금담보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며 “또 적금담보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게 잡는 등 신용대출에 비해 이용에 유리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