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한화생명(088350)의 전신 대한생명에 투입된 나랏돈 약 1조원을 회수하는 작업이 5년째 공회전하고 있다. 보유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면 한화생명의 주가 회복이 관건라는 게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의 설명인데, 사실상 ‘무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 취재 결과,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올해 공적자금 회수 계획에 ‘한화생명 지분 매각 방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보 관계자는 “아직 한화생명 지분 매각 논의가 구체화된 게 없어 구체적인 매각 방식 등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상 금융 당국이 공적자금 회수에 나서면 보유 지분에 대한 매각 방식과 매각 물량, 최소 입찰 물량, 낙찰자 결정 기준, 매각 인센티브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현재 한화생명에 대한 공적자금 회수 계획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낸 공적자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정부가 1997년 1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출자, 출연, 자산 매입, 부실 채권 매입 등의 형태로 국내 보험사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21조2000억원이고, 현재까지 회수한 자금은 9조4000억원 규모다. 바꿔 말하면, 나랏돈 21조원을 보험사를 살리는 데 투입했는데, 약 11조8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대표적인 미회수 공적자금 사례가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이다. 지난 1999년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자, 예보는 공적자금 3조55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를 추진해 왔다. 2002년 한화에 지분 67%를 1조1000억원에 팔았고, 가장 최근인 지난 2017년 두 차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지분을 처분하면서 2조5071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남아 있는 지분은 10%(8685만7001주)로 되찾아야 하는 돈이 약 1조429억원 규모다. 2017년 블록딜 이후 공적자금 회수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예보는 지난 2021년 9월 NH투자증권·UBS를 한화생명 매각주관사로 선정했으나, 그 이후 진전이 없다.

예보는 과도하게 손해를 보고 지분을 팔 수 없어 ‘주가 회복’이 선결 과제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한화생명 주가가 오를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현재 예보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 10%, 약 8700만주에 대한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려면, 한화생명의 주당 가격이 1만1500원은 돼야 하는데, 전날 주가는 2595원을 기록했다.

2017년 블록딜 방식의 지분 매각 당시 주가는 주당 7280원, 733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 회사 주가가 3배 정도는 올라야 공적자금 회수를 추진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한화생명의 목표 주가가 설정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예보 관계자는 “한화생명 주가가 장기 하향 추세였고, 특히 올해는 보험업권 전체적으로 새 제도 IFRS17 등을 도입하면서 기업 가치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라면서 “공적자금 최대 회수를 목표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