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전경/산업은행

윤석열 정부가 정책금융 역할을 재편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산업 재편을 담당해온 산업은행의 사업 기조도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구조조정 업무 등에 있어 ‘시장 원리’가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6일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을 통해 정책금융이 민간의 역동적 혁신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도록 민간과의 중복을 최소화하는 등 역할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민간금융 영역 속 정책금융의 역할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정책금융 성과평가·발전적 재편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책 방향이 발표되자 금융권에서는 기업구조조정에서 산업은행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부분 관여하던 기업구조조정 방식 대신 시장 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에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의 역할이 컸다면, 이제는 시장 논리에 따라 민간영역에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산업은행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정부가 시장 원리를 통한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부분에서도 정책금융보다는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2019년 6월 출범했으며,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기업구조조정 업무에서 민간 역할을 확대하는 대신 스타트업 육성, 탄소중립 관련 금융 시장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산업은행의 ‘넥스트라이즈 2022′ 행사에 참석해 “자유로운 창업과 성장, 회수와 재도전의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성장단계별 금융지원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며 “디지털, 바이오, 탄소중립 등 미래핵심기술을 발굴하고 정책금융지원 공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혁신성·성장성 중심 정책금융을 위한 정책금융 공동기준을 개편하겠다고 이야기했고, 또 탄소중립 관련 분야 투자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결국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이쪽으로 역할을 강화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산업은행의 역할 변화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과제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정부 기조에 맞춰 조직과 사업을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강석훈 회장 임명 당시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고, 민간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 등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