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논란에도 코인을 일정 기간 예치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일명 ‘이자 농사(yield farming)’가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익 구조가 불분명하다며 높은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이자 농사는 다단계 사업 구조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뉴스1

이자 농사란 코인을 일정 기간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에 넣어두고 그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은행 이자율을 보고 돈을 넣은 뒤 그 이자를 받듯이, 코인 투자자들은 디파이 프로토콜이나 프로젝트의 이자율을 보고 코인을 넣는 식이다. 시중에도 많은 은행이 있는 것처럼 디파이 생태계에서도 여러 프로토콜이 있어 투자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해 코인을 예치하면 된다.

디파이 생태계 내 수많은 프로토콜이 존재하므로 정확한 이자 농사 규모를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디파이에 예치된 총 코인 및 금액(TVL)이 많을수록 이자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많다고 추정하고 있다.

디파이 분석업체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3일 TVL의 규모는 약 136조1169억원 정도다. 루나 쇼크가 발발하기 이전(약 248조원)과 비교했을 땐 절반 정도 그 규모가 줄었다. 그러나 디파이 프로젝트에 예치된 이자 농사 금액은 상위 10곳 중 6곳이 일주일 전에 비해 최소 3.57%에서 61.41%로 늘었다.

규모 상위 10위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차트의 모습. 최소 0.08%에서 최대 6.56%의 수익률을 약속하고 있다. /디파이라마 캡처

투자자들이 이자를 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한 코인을 누군가가 빌려 가면, 빌려 간 사람한테서 이자(코인)를 받을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코인을 디파이 프로토콜에 넣어두면 그 프로토콜이 특정한 코인을 발행해 이를 지급해주는 방식이다.

이자를 받는 방식이 다르듯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낮게는 1% 미만의 연간 퍼센트 수익률(APY)을 약속하는 곳도 있고, 높게는 최대 수백 배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곳도 있다. 참고로 테라와 루나코인(루나클래식)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자신의 ‘앵커 프로토콜’을 통해 약속한 수익률은 20%였다.

다만 문제는 일부 디파이 프로토콜은 높은 수익률을 약속했지만, 그 수익 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는 프로토콜에 코인을 예치하는 등 유동성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것은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일부 디파이 프로토콜이나 프로젝트를 보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투자할 경우 이자 형태로 주어지는 토큰의 유형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이자 농사의 구조를 보면 어디서 돈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경우 대출 이자가 예금 이자보다 높기 때문에 차익을 얻는 구조가 보이는데 이자 농사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선 외부에서 수익이 프로토콜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설명이 없다”며 “이런 구조는 신규 투자자가 들어와야 유지가 되는 일명 다단계 사업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교수는 “예금 유치를 목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곳은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프로토콜을 다단계 금융사기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수익 구조가 불투명한 곳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