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네이버(NAVER(035420))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증권사 웹트레이딩시스템(WTS)과 네이버페이 증권 페이지를 연동하는 ‘증권사 간편주문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2개월이 지난 현재 이 서비스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기대했던 이용자 유입 효과를 거의 못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비스 출시 사실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데다, 종목 검색은 포털 사이트에서 하더라도 실제 매매는 웹보다 익숙한 시스템(HTS·MTS)을 통하는 투자자가 다수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입점비 명목으로 네이버에 매월 5000만원 넘는 돈을 내고 있는 증권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이 올해 4월 29일 정규 거래 개장에 맞춰 출시한 증권사 간편주문 서비스에는 미래에셋·신한투자·KB·대신·하나·한국투자 등 6개 증권사가 참여하고 있다. 미래에셋·KB·하나·한국투자 등 네 곳이 먼저 참여했고, 신한과 대신이 나중에 합류했다.
증권사 간편주문 서비스는 투자자가 모바일 네이버페이 앱의 증권 카테고리에서 관심 종목을 살피다가 화면 하단의 ‘간편주문’ 버튼을 누르면 투자자가 거래하는 증권사 WTS로 넘어가는 서비스다. 투자자는 최초 이용 시에만 거래 증권사를 등록해 두면 된다. WTS는 별도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웹에서 바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6개 증권사는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이용자가 이 서비스를 통해 증권사로 유입되길 기대하며 사업에 참여했다. 이들 증권사는 매월 5500만원(부가세 포함)씩 네이버파이낸셜에 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의 증권 페이지 이용자가 300만명에 달한다고 들었다”며 “1%만 흘러 들어와도 고객 3만명을 확보하는 셈이라 참여 증권사 모두 기대가 컸다”고 했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난 현재 증권사 간편주문 서비스를 통해 증권사로 유입되는 투자자는 전무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반인 만큼 엄청난 유입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1등 포털과 협업이라 어느 정도 예상한 수준은 있는데, 그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했다.
이런데도 네이버 측은 증권사 간편주문 서비스 출시 사실을 적극 알리지도 않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서비스 참여 증권사가 개별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네이버가 서비스 출시 전 겪은 우여곡절 탓에 금융당국 눈치를 보면서 상황을 읽는 중이란 말이 나온다.
당초 네이버는 증권사 간편주문 서비스를 2023년 말까지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수차례 태클을 거는 바람에 올해 1분기까지 출시를 미뤄야 했다. 금감원은 올해 들어서야 WTS 연동 서비스를 인허가가 필요한 투자중개 업무가 아닌 단순 연결 기능을 제공하는 위탁 업무로 최종 판단하면서 길을 열어줬다.
이런 고초를 겪으면서 내놓은 서비스이다 보니 네이버가 우선은 대대적 홍보 대신 사고나 부작용을 점검하면서 적당한 타이밍을 가늠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네이버가 베타 버전 점검을 끝내고 7월부터 대대적인 서비스 홍보에 나설 예정이란 말도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비스 참여 증권사도 더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먼저 참여한 증권사 입장에선 이미 네이버에 월 5500만원의 입점비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보니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돈은 돈대로 다 받으면서 서비스 출시 사실조차 알리지 못하게 막는 건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