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변수의 등장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시장이지만, 그래도 전망은 필요하다. ‘코스피지수가 하반기에 얼마나 오를까’와 같은 전망을 말하는 건 아니다. 숫자 맞추기만큼 무의미한 짓도 없다. 현재 시장 분위기가 어떻고, 앞으로 어떤 이벤트가 예정돼 있으며, 그것이 모여 어떤 흐름을 만들 가능성이 높은지를 살피자는 것이다.
거시적인 부분부터 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상호관세가 협상을 통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관세발(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율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될지,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될지 등이 하반기 글로벌 경기 흐름을 좌우할 중요 변수”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는 나을 것으로 봤다. 관세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새롭게 출범할 정부가 내놓을 부양책이 경기를 뒷받침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그는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완만한 하락을 예상했다.
이런 여건에서 주식시장은 어떨까. NH투자증권은 하반기를 ‘지도’보다 ‘바람’을 읽는 통찰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로 봤다. 경제 펀더멘털보다 정책 방향성과 이에 따른 심리적 반응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새 정부의 내수 부양책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 기대 속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 산업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 전략은 상반기의 조선·방산 중심에서 벗어나 고PER(주가수익비율) 인공지능(AI) 성장주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가치주를 함께 담는 ‘더블 엣지(Double Edge)’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용 이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 스토리가 유효한 방산·조선·유틸리티 등은 상승 탄력 약화에도 비중 하향 조정을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국내외 부양 기대와 금리 인하를 반영해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이 예상되는 소프트웨어·화장품·지주·건설 등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