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심화할 수 있고, 많은 이로 하여금 경기 침체 가능성을 더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만 해도 다이먼 CEO는 제조업 부양에 도움이 된다면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감내할 수 있다는 식으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지지했다. 그러나 관세 부과 범위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강도도 세자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이먼 CEO가 연례 서한에서 미국의 단일 경제 정책을 대놓고 비판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관세발(發)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목소리는 국내에서도 나온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세율이 높고 대상도 많다”며 “속도 측면에서도 전(트럼프 1기 행정부)에는 출범하고 1년 지나서 때렸지만 지금은 굉장히 빠르다”고 했다.
오 단장은 “몇몇 국가가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자극이 작년부터 이어져 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 수 있고, 금리 인하로 시중에 힘을 불어넣어 주던 게 멈춰 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망각의 동물이다 보니 금세 잊고 살아가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전 세계는 고물가에 끙끙 앓았다.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면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 기준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국민의 가처분 소득 악화와 연결된다. 쓸 돈이 줄어들면 소비가 둔화하고, 경기도 하강 압력을 받는다. 소비가 위축하면 기업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온다.
이는 당연히 주식시장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투자자라면 우리 정부를 비롯한 주요 국가가 트럼프 행정부와 어떻게 협상해 나가는지 당분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맞불 관세를 발표한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과 즉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어떤 돌발 악재가 다시 나타날지 모르지만, 전날 폭락장을 본 직후라 그런지 일단은 안도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