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7월 18일 08시 5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메리츠증권이 SK이노베이션의 5조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자산 유동화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된 가운데, 조 단위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에 본격 착수했다.
메리츠증권은 먼저 SK온에 투자하는 주가수익스와프(PRS) 물량부터 셀다운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이 후순위 투자자로 금리 7.6%를 받고, 다른 기관들에는 선순위를 양보하되 4.3%의 금리로 재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 내부 수익률 ‘7% 이상’ 달성해야 하는 메리츠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SK온 지분 인수를 위한 2조원 규모의 PRS 물량 중 1조4000억원부터 셀다운한다. 6000억원은 메리츠가 후순위로 직접 인수하고, 잔액을 선순위로 재매각하는 것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할 5조원 가운데 3조원은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발전소에, 남은 2조원은 PRS로 SK온에 직접 투입하는 방안을 제안해 경쟁사들을 제치고 우협이 됐다.
규모는 CPS가 더 크지만 셀다운은 PRS부터 하기로 했는데, 이는 PRS 투자가 CPS의 선결 조건이기 때문이다. 즉 SK온에 PRS로 직접 2조원을 투자하는 건이 성사돼야만 CPS로 3조원을 투자하는 건까지 메리츠가 따올 수 있는 구조로 알려졌다. 메리츠는 CPS에 대해서는 아직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CPS로 투자할 발전소들을 마저 실사하면서 PRS부터 셀다운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PRS 2조원어치 전량을 연 금리 5.3%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중 1조4000억원을 4.3%의 금리로 시장에서 재매각하면, 메리츠가 인수할 후순위 6000억원에 대한 실질 수익률은 연 7.6%까지 올라간다. 전체 수익(5.3%)에서 외부 투자자에게 지급할 금리(4.3%)를 제외한 차익이 메리츠의 몫이다.
이는 메리츠증권의 내부 수익률 기준인 ‘7% 이상’을 충족하는 구조다. 이 수익률을 맞추려면, 메리츠는 선순위 1조4000억원에 대한 금리를 4.5% 이하로 제한해서 셀다운해야 한다.
◇ “SK이노베이션 채권보다 매력적” vs “현 조건으론 셀다운 어려울 것”
기관 입장에서 PRS 투자 매력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선순위와 후순위 수익률 차이가 너무 크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회사채 투자에 비하면 매력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번 PRS는 SK온 지분을 기초로 하되 SK이노베이션이 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 주식을 메리츠증권에 넘긴 뒤 나중에 되사주는 조건을 붙인 구조로 알려졌다. SK 측은 그 대가로 5.3%의 금리를 지급한다. 즉 기관은 실질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신용에 투자하는 셈이다.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의 회사채를 간접 보유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난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채 신용등급이 ‘AA’여서 디폴트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디폴트가 발생할 만한 회사라면 ‘선순위냐 후순위냐’ 여부가 중요하겠지만, SK이노베이션의 경우엔 돈을 돌려받는 순위보다는 단순히 금리 수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기관이 4.3%의 수익률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추가로 떠안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이 후순위에 대한 금리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선순위 금리를 높여주지 않는다면, 신디케이션을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트랜치(대출·채권을 위험도와 상환 순위에 따라 나눈 구조)를 이용한 수익률 극대화는 PRS뿐 아니라 CPS 딜에도 적용한 방식이다.
메리츠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발전 자회사들이 발행하는 CPS 3조원어치를 총액 인수하며 6.7~6.8%의 금리를 받기로 했다. 그중 1조원은 후순위로 직접 인수하고 선순위 2조원을 셀다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선순위 금리는 5.8%가 유력하다. 이를 고려하면, 메리츠증권이 인수할 후순위 1조원에 대한 금리는 약 8.5%로 추산된다.
다만 그럼에도 PRS와 CPS 투자에 나서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회사채 투자 수익률은 연 3%선”이라며 “회사채와 비교하면 130bp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유인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