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래요? 벌써 김칫국을 마시네요.”

프로야구 한화는 전반기를 6연승과 함께 1위로 피날레했다. 전반기 최종전이었던 지난 10일 대전 KIA전에서 문현빈의 끝내기 안타로 3-2 역전승을 거둔 한화는 52승33패2무(승률 .612)로 2위 LG(48승38패2무 승률 .558)와 격차를 4.5경기로 벌린 채 1위 독주 채비를 갖췄다.

1992년 전신 빙그레 시절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하며 50승에도 선착한 한화는 우승 확률을 크게 높였다. 전후기리그, 양대리그를 제외하고 현행 단일리그 체제에서 날짜 기준 50승 선착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100%(35/35)로 정규시즌 우승 확률 71.4%(25/35),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60.0%(21/35)에 이른다.

1~2위 4.5경기 차이도 쉽게 뒤집을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연속 전반기 1위로 마친 팀들이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했다. 최근 5년 사이 1~2위 승차는 2020년 NC와 키움의 5경기 다음으로 올해 한화와 LG의 차이가 크다. 2022년 SSG와 키움의 4.5경기, 2021년 KT와 LG의 2경기, 2023년 LG와 SSG의 2.5경기, 지난해 KIA와 LG의 3.5경기는 후반기에도 뒤집어지지 않았다.

한화의 한국시리즈 직행이 여러모로 유력하다. 전반기 최종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문현빈도 “가을야구 말고 무조건 한국시리즈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뛰는 모습 외에는 상상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에 꼭 가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주장’ 채은성은 긴장의 끈 늦추지 않았다. 선수들이 한국시리즈를 목표로 한다는 이야기에 “누가 그래요? 벌써 김칫국을 마시네요”라며 웃은 채은성은 “(문)현빈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현빈이 좋아하지만 저도 한국시리즈는 못 가봤다. 사람의 마음처럼 되는 게 없다.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들한테도 ‘설레발 칠 때가 아니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팀이 계속 이기고 있지만 고참 선수들이 들뜨지 않게 분위기를 잘 잡아준다”고 칭찬하곤 했다. 전반기 1위로 팀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있지만 그럴수록 더 조심하려고 한다.

한화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후반기 57경기가 남아있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2019년 SK는 전반기를 2위 키움에 6.5경기 앞선 압도적 1위로 전반기를 마쳤지만 시즌 최종전 때 두산에 1위 자리를 넘겨주며 2위로 떨어졌다.

SK는 후반기 24승24패로 5할 승률을 거뒀지만 두산이 31승15패1무(승률 .674)로 대역전했다.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 1위 SK에 무려 8경기 차이로 뒤져있었던 두산의 뒷심이 대단했다. 그 여파로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3전 전패 스윕을 당하며 한국시리즈도 좌절됐다.

채은성은 “최종 목표는 당연히 1위이지만 우리는 가을야구로 목표로 지금 여기까지 왔다. 그런 마음으로 하다 보면 최대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며 “후반기 시작 30경기 안에 결과물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가장 힘을 내야 하는 순간이라 선수들이 올스타 브레이크 때 잘 쉬고, 체력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김경문 감독도 “솔직히 1위를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뜻하지 않게 1위를 하고 있는데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적어 이렇게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운도 따랐는데 후반기에도 큰 부상이 없어야 한다. 걱정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상 없이 잘 마치고 싶다”며 “경기가 얼마 안 남아서 밑에 있는 팀들도 더 집중할 것이다. 만만한 팀이 없다”고 말했다.

채은성 말대로 후반기 첫 30경기에서 지금 간격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면 1위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다. 만약 한화가 후반기 57경기에서 29승28패로 5할 이상 성적을 거둔다면 최종 성적 81승61패2무(승률 .570)가 된다. 이 경우 2위 LG는 33승23패(승률 .589), 3위 롯데는 34승21패(승률 .574), 4위 KIA는 36승20패(승률 .642)를 기록해야 동률이나 역전을 할 수 있다.

한화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면 1위 자리 수성은 어렵지 않다. 강력한 투수력과 안정된 수비를 기반으로 하는 한화라 쉽게 무너질 전력이 아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부상 악재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1위를 지켜야 하는 피로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포수 최재훈은 “우리가 밑에 있을 때는 차이가 엄청 크게 느껴졌는데 1위로 올라가니까 차이가 안 나는 것 같다. (심적으로) 그래서 더 힘든 게 있더라”고 말했다. 시즌 후반으로 1위 지키기의 압박감이 가중될 수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