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이 도입되고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매년 1700명 이상 배출되면서 변호사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변호사가 늘면서 변호사의 사회적 위상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먹고살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변호사까지 나오고 있다. 변호사단체와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변호사 3만명 시대를 맞아 그간 변호사시장과 법률시장이 어떻게 변화했나 살펴보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변호사들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한다. 분기점에 서 있는 국내 법률시장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급여상세내용 : 월 250만~300만원(세전)지원자격 : 변호사 경력 3~5년 보유자근무기간 : ASAP근무 시작 담당 업무 : 법률자문, 계약서 검토, 가맹점 법무 상담 등 일반기업법무, 공정위, 환경부 등 대관업무, 공정거래 조정 사건 등 분쟁사건 대응
지난 4월 중순 한 커피프랜차이즈 전문점이 올린 사내변호사 채용공고다. 경력 3~5년차 변호사를 월급여 250만~300만원 수준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졸 신입사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급여를 경력 3~5년차 변호사에게 주겠다는 내용이라 변호사업계에서 큰 논란이 됐다. 변호사들 사이에서 "차라리 바리스타가 될 걸"하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변호사 몸값 낮추기는 이 커피프랜차이즈 전문점만의 일이 아니다. 사내변호사의 급여를 대졸 신입사원 수준으로 낮추는 건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변호사 숫자가 3만명에 가까워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법무부 통계로는 지난 3월말 기준, 등록변호사만 2만9724명에 달한다.
최근 사내변호사와 노무사 채용을 진행했던 한 대기업 계열사는 원하는 경력의 노무사를 뽑지 못해 채용공고를 다시 내기로 했다. 사내변호사에는 수십명이 몰려 원하는 경력보다 높은 수준의 변호사를 뽑았지만, 노무사 채용에는 지원자가 부족해 다시 뽑기로 한 것이다.
노무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한 노무사는 "노동분쟁이 많아지면서 노무사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공급은 부족한 편이라 일자리에 대한 걱정은 없다"며 "함께 공부했던 변호사 친구들은 수습 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은행 인사담당자는 "법무팀을 이끌 전관 출신의 변호사를 영입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법무팀의 실무를 담당할 변호사시험 출신 변호사들은 늘 줄을 서 있어서 채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 상담료 10분에 3000원?… "공짜로도 받는다" 지난 4월초 전문가를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유료 사이트인 '네이버 엑스퍼트(eXpert)' 법률 코너에 '10분에 3000원으로 개인회생 절차를 상담해주겠다'는 변호사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1시간으로 계산하면 단돈 1만8000원이다. 온라인 채팅 상담이라고 해도 충격적인 가격이라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보통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상담을 받으려면 1시간에 10만~15만원은 드는 게 보통이다.
'10분에 3000원' 짜리 상담이 과연 이례적인 경우였을까. 조선비즈 인턴기자들이 4월 중순 직접 네이버 엑스퍼트에서 변호사 상담을 받아봤다. 10분 상담에 5만원이라는 한 변호사의 민사사건 상담을 클릭했다. 전세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가능한지 상담받고 싶다고 하자 구체적인 법 조항과 궁금한 부분에 대한 변호사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10분 상담이라고 했지만 실제 상담은 28분 동안 진행됐다. 5만원짜리 상품이었지만 90% 할인이 적용돼 실제로 지불한 돈은 5000원이었다. 28분에 5000원짜리 상담이었던 셈.
다른 변호사 상담도 비슷했다. 헬스 PT 계약을 환불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상담 받기 위해 법률 코너를 살폈다. '서울법대' 출신에 모든 후기에서 만점을 받은 변호사의 홍보글이 보였다. 10분 법률 상담에 9900원이었다. 상담을 신청하자 2시간 뒤에 연락이 왔다. 변호사는 약관규제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소송 진행시 변호사 선임 비용에 대한 안내까지 해줬다. 네이버 엑스퍼트에 써있는 가격은 10분에 9900원이었지만, 네이버가 제공한 2만원 할인쿠폰을 적용해 실제로 지불한 돈은 없었다.
◇한달에 사건 1건 수임하기 힘들다 10분에 3000원이라는 초저가 상담료에도 변호사들이 네이버 엑스퍼트에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변호사가 됐는데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변호사 종합소득 평균 신고금액은 1억1580만원이다. 의사의 절반 수준이지만 회계사나 변리사보다는 높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소득 통계에는 허점이 많다고 말한다. 변호사만큼 양극화가 심각한 전문직 종사자들도 없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개업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은 대형로펌 변호사와 판·검사 출신 전관변호사, 그리고 서초동의 수많은 개업 변호사들로 나뉘는데 각각이 같은 직업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소득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서초동의 개업변호사들에 국한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이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본업과 상관없는 일로 돈을 버는 변호사도 생긴다. 심지어 범죄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가 '사기 금액의 1%'를 받는 조건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변호사들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 꼽히는 복대리인(대신 법정에 출석하는 변호사) 자리는 구인글이 올라오면 몇 초 만에 마감이 되는 게 일상이다. 복대리인은 회당 10만~15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다 가만히 앉아 있다 오면 되기 때문에 설명만 들어서는 변호사의 어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지방 법원에 복대리인으로 가려면 하루를 다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 출장 복대리인도 보통 몇십분이면 마감된다. 하루 일당 10만~15만원에 만족하는 변호사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변호사회에 따르면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의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2019년 기준 1.26건이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월평균 3건은 됐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한 달에 사건 한 건 수임하기도 어려워진게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