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현행 조세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조세부담 국민 인식 조사’ 결과 ‘현재의 조세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74.7%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불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이 38.9%에 달해 조세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현행 조세제도가 특정 소득 계층에 더 유·불리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38.9%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비슷한 소득 수준인데도 납세자, 소득유형에 따라 세 부담 차이가 커서’(23.8%), ‘납부한 세금에 비해 돌아오는 복지 혜택이 부족해서’(23.2%), ‘세무조사 등 조세행정이 불명확, 불투명해서’(14.1%)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소득 수준별로 보면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3분위에서 조세제도를 불공정하게 생각하는 응답률이 83.9%로 가장 높았다. 소득 4~5분위에서는 75%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한경연은 중산층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보다 비과세 혜택이나 소득·세액공제 혜택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고 느끼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증세를 두고도 응답자들은 반대 의사를 보이면서 불공정한 조세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증세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인 64.6%가 반대한 반면 찬성은 35.4%에 불과했다.

증세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세금이 낭비되거나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아서’(50.1%)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증세 과정에서 소득 계층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19.5%), ‘증세를 하더라도 복지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16.5%)라는 답변도 있었다.

증세 외 건전한 재정 유지 방법으로는 ‘조세제도 및 조세 행정 투명성 강화’(32.4%)가 가장 많이 꼽혔다. ‘각종 복지 지출 효율화’(21.5%), ‘세출 구조조정’(20.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경연은 증세를 논의하기 전에 현재의 조세제도 및 행정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세 부담이나 조세제도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섣부른 증세는 독이 될 수 있다"면서 "증세에 앞서 재정지출을 효율화하고, 과세 형평성 및 투명성 제고로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통한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