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과 가격 비슷한 폴로·타미힐피거 가품 대량 유통
네이버·쿠팡 등 8개 오픈마켓 10개월 간 방치
가품 모니터링 강화한다지만 법적 책임 없어
전문가들 "오픈마켓, 가품 방조 않도록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
정가 12만~13만원인 폴로 셔츠가 네이버나 쿠팡에서 2만~3만원에 판매된다면 세관, 오픈마켓은 물론 소비자들조차 가품(짝퉁)이 아닌지 의심한다. 만약 판매가가 8만~9만원 이라면 어떨까.
많은 소비자들이 정품과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가품이 아니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심리를 악용해 폴로, 타미힐피거, 파타고니아 가품 19만여점을 네이버·쿠팡 등 8개 오픈마켓에 유통한 업자들이 적발됐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품 제조업체들이 디자인은 물론 가격까지 정품을 베끼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감쪽같이 속이고 있다. 지난 9일 세관에 적발된 업자들은 가품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밝혀온 네이버와 쿠팡, G마켓, 옥션, 11번가 등 국내 8개 오픈마켓 사업자 중 단 한 곳도 걸러내지 못했다. 오픈마켓이 손을 놓은 10개월 간 이 업자들은 6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이 가품 제조업체를 거르지 못한 이유로 '정품과 비슷한 가격'을 꼽는다. 오픈마켓은 브랜드 상표권이 없기 때문에 플랫폼에 올라오는 제품 이미지와 정보 만으로는 제품이 진짜인지 여부를 판별할 수 없다. 때문에 그동안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유명 브랜드를 판매하는 업체들을 일단 모니터링으로 선별해 제품을 구매해보고 상표권자에게 가품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번에 적발된 업자들은 이런 가품 모니터링 방식의 빈틈을 노렸다. 아예 정품과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해 모니터링을 빠져나간 것이다. 미국 아웃렛 매장에서 정품을 소량 구매한 뒤 수입제품을 국내에 들여올 때 받아야 하는 '수입신고필증'을 관세청에서 받아 오픈마켓 판매 페이지에 공개해 소비자 신뢰를 샀다. 수입신고필증은 제품이 세관을 정식 통관했다는 의미이지 제품이 정품인지를 보증하는 서류는 아니다.
한 오픈마켓의 관계자는 "가격마저 비슷하게 판매하면 상표권이 없는 오픈마켓 입장에선 걸러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판별하거나 상표권자들이 직접 짝퉁 단속을 강화 하는 수 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픈마켓을 통한 가품 판매가 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행법이 오픈마켓 사업자들에게 지나치게 가벼운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픈마켓은 상품 중개자일 뿐 상표법 위반의 책임을 직접 질 의무가 없어 짝퉁 판매를 방조해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오픈마켓이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이 상표권 등을 침해한다는 사실이 명백하면 게시물 삭제 혹은 판매의 판매 금지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때 '상표권 등을 침해한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는 것을 오픈마켓 스스로 입증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임한결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짝퉁 유통을 최소화 하려면 오픈마켓 사업자가 판매회원약관에 상표권 침해상품을 판매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하도록 정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