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4일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보다 한층 강화된 ‘서울형 정밀방역’ 조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용도나 성격이 비슷한 시설임에도 이용 가능 여부가 달라 혼란이 가중됐고, 대중교통 운행 감축으로 지하철, 버스 등이 더 혼잡해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더 늘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4일 0시부터 연말까지를 ‘천만 시민 긴급 멈춤 기간’으로 선포하고 사실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서울 전역에서 10인 이상 집회는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전면 금지하고, 모든 종교 시설은 예배·법회·미사 등을 온라인으로 할 것을 강력 권고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당장 샤워시설 이용을 두고 시설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관리, 시설면적 4제곱미터당 1명 인원제한, 음식 섭취 금지, 21시 이후 운영중단 등의 방역 수칙을 따라야 한다. 서울시는 여기에 샤워실 운영중단, 이용자간 2m 거리두기 등의 별도 수칙을 추가했다.
그러나 같은 실내체육시설 중 수영장은 예외로 샤워실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목욕장업도 마찬가지다. 공중위생관리법상 목용장업은 물로 목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거나, 직·간접 가열로 땀을 낼 수 있는 시설 중 하나에 해당하면 된다. 사우나, 목욕탕, 찜질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서울시는 목욕장업에도 강화된 방역수칙을 적용했지만, 이용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해당 시설은 목욕탕 내 발한실 운영을 금지하고, 탈의실 내 물품보관함을 한칸 이상 간격을 둬 배정하며, 공용물품 사용공간의 이용거리를 최고 1m 간격으로 유지해야 한다. 세신(洗身)공간에서 대화 금지 안내문도 부착해야 한다.
시민들은 서울시의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남모(26)씨는 "마스크 벗고 샤워하는 건 똑같은데 헬스장 샤워실과 수영장, 목욕탕 샤워실은 바이러스 확산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냐"며 "거친 숨을 내쉬며 운동하는 과정에서 웬만한 사람은 이미 다 감염될텐데 아예 문을 닫게 해야지, 샤워만 금지하는 건 무슨 발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헬스장 운영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헬스장 샤워장은 이용 금지인데, 찜질방·사우나·수영장은 이용해도 된다는 게 무슨 넌센스냐" "지금 상황에서 샤워장 쓰는 게 어려우면 다른 업종도 동일하게 해야 한다" "차라리 샤워실 인원제한을 두는 게 낫다"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목욕장업의 일종인 사우나를 고리로 한 연쇄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18일 서초구 아파트 입주민 대상 사우나를 이용한 주민 1명이 최초 양성 판정을 받은 후 현재까지 관련확진자는 38명에 이른다. 23일 22명, 24일 15명이 추가 확진판정을 받은 것인데, 거리두기 2단계와 서울형 방역 조치가 시행됐음에도 감염 위험이 있는 사우나는 제한적으로나마 운영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시설의 주력 서비스를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24일 브리핑에서 "수영장과 목욕장업은 샤워실을 금지할 경우 사실상 영업이 중단되는 효과가 있어 수영장을 제외한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서만 금지 조치를 내렸다"며 "서울형 정밀 방역 조치의 기조는 시설 운영은 유지하되 강력한 방역 조치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밤 10시 이후 대중교통 운행 감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24일 밤 10시 이후 버스 운행을 20% 줄이고, 27일부터는 같은 시간 지하철 운행도 20%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차 조정을 할 경우 혼잡도가 높아져 오히려 코로나 감염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감차(減車) 후에도 혼잡도는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속적인 혼잡도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는 단서를 달아 상황에 따라 운행량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박 국장은 24일 브리핑에서 "대중교통 운행 단축은 연말연시에 있는 모임 등으로 심야시간에 불필요한 이동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 감차를 적용할 때 밤 10시 이후 지하철 혼잡도는 탑승객 전원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수준인 65%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