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촉법소년’ 연령대의 범죄가 늘고, 소년 범죄로 보기 힘든 수법까지 등장하면서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는 범죄자의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부터 13세까지의 아이들로, 이들 연령대는 현행법상 죄를 지어도 형사처벌을 피하게 된다.

일러스트=정다운

최근 청소년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이같은 법률적 한계로 인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제주에서 10대 청소년 4명이 빌라에 주차된 승용차를 훔쳐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달아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9월부터 지난달 13일까지 도내 전역을 돌며 수십차례 절도 행각도 벌였으나, 경찰에 붙잡힐 때마다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훈방됐다.

지난 9일에는 충남 천안에서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여중생들에게 자신의 신체 은밀한 부분을 찍어 보낸 만 13세 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소년 역시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검찰 조사에 따라 보호처분만 받게 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은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만 14세 미만으로 규정해 이보다 어린 소년범들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소년법은 보호처분 대상을 10세부터 18세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즉 만 10~13세의 촉법소년들은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도 소년법에 따라 봉사활동,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악용, 촉법소년 범죄건수가 늘어나고 수법도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장애인을 판다"는 글이 게시됐다. 이를 발견한 다른 이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글쓴이는 "촉법(소년)이라서 콩밥 못 먹는다"고 맞받아쳤다. 실제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글을 게시한 사람은 만 14세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년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도 늘고 있다. 정모(45)씨는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성인이 아닌 만큼 형벌의 정도는 달리할 수 있겠지만 죄를 행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촉법소년도 처벌하자는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촉법소년이라 처벌 못한다면 보호자인 부모가 벌금이라도 내도록 하자", "우리나라는 가해자 최우선보호법이라 피해자만 고통스럽게 산다", "촉법소년인 거 알고 악용해 범죄 저지르면 가중처벌 받게 하자" 등의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소년범죄에 대해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령만으로 처벌 불가와 가능을 획률적으로 정하면 안 된다"며 "아무리 촉법소년이라도 범해동기 등에 비춰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벌을 안 받는다는 걸 알고 계획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이 있는만큼, 촉법소년에게도 경우에 따라 처벌을 내려야 범죄에 대한 심리적 억제 효과가 생긴다"며 "실질적으로 폐지 수순에 들어갔지만 언제든 부활시킬 수 있는 사형제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지금의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촉법소년은 차량을 훔쳐도 별 문제 없다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안 지고 처벌도 안 받으면 10대들의 정신적 성숙도가 발달하지 못해 똑같은 짓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년법을 통해 미성숙한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보호도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며 "촉법소년 연령 인하나 예외사항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