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조 침투로 52년간 북악산 출입 통제된 것에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한양도성 온전하게 보존돼"
"참여정부 때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해 탐방객 크게 늘었다" 홍보도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이 침투한 후 52년간 닫혀 있던 북악산 개방을 하루 앞두고 엄홍길 대장 등과 함께 먼저 북악산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전망대에서 전경을 내려다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산을 좋아한다. 거의 산악신앙 같은 것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립공원 입장료를 없애 등산객이 크게 늘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산악인 엄홍길(60) 대장과 배우 이시영(38)씨, 북악산이 있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강신용(63)씨와 부암동에서 태어난 정하늘(17)양 등과 함께 북악산에 올랐다. 북악산 개방에 참여한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박종호 산림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김도균 수도방위사령관,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 등 정부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이날 산행은 북악산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최종 점검 차원에서 진행됐다. 북악산 북측면 둘레길은 하루 뒤인 다음 달 1일 시민에게 개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관리병에게서 열쇠를 받아 북악산 출입을 통제하던 철문을 열었다. 김도균 수방사령관은 "(탐방로는 원래) 장병들 순찰로였다"며 "과거 장병들이 순찰 돌던 길을 따라 등산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악산 곡장 전망대에서 전경을 내려다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또 "거의 산악신앙 같은 것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라며 '산'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등산을 위한 노무현 정부의 성과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 전까지 국립공원 입장료가 있었다. 북한산도 여러 곳에 매표소를 둬서 1인당 1600원을 받았다"며 "큰 돈이 아닌 것 같지만 서민들에게 상당히 부담이 돼 입장료를 폐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폐지한 그 해에 연간 북한산 탐방객 수가 1000만명을 넘었다. 굉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곡장 전망대로 이동하면서 엄 대장은 "코로나 백신이 따로 없다. 산이 백신, 자연이 백신"이라는 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산이 백신이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탐방로를 찾는 숫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 등산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권투 선수로 활동했던 배우 이시영씨를 바라보면서는 "산하고 인연이 있느냐, 옛날에 복싱했죠"라고 물었다. 이씨는 "산을 좋아해 유튜브에서 등산 채널을 하고 있다"며 "촬영 없는 날은 전국의 산을 다닌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날 배우가 아닌 산악 유튜버 자격으로 문 대통령 산행에 합류했다.
북악산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침투를 계기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 문 대통령은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며 "출입 금지되는 바람에 한양도성이 온전하게 잘 보존됐다. 개방된 곳은 다 훼손됐지 않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서울에서 평창동, 구기동, 홍은동에서 살았다"며 "강남을 가보면 정말로 굉장하다. 한강 다리를 건너 강북으로 넘어오면 템포가 하나 느려지는 것 같고, 자하문 터널을 딱 지나면 그 때부터는 완전히 '슬로우 비디오'로 느껴진다"고 했다. 도심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숲이 남아 있어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부암동 백석동천에서 일행들은 북악산 산행을 마무리했다. 엄 대장이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히말라야 기운 드립니다, 히말라야 기운"이라고 말하자 일행이 함께 웃었다. 문 대통령은 수소차 '넥쏘(NEXO)'를 타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