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줄었지만 한국은 41% 증가했다. 지나치게 싼 산업용 심야 요금이 기업의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전력 소비 시장을 왜곡한다."(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세계 요금 수준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주택·산업용 등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겨울 실내온도 20도로… 국민 절전캠페인 -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절전캠페인시민단체협의회, 한국에너지공단 등과 함께 ‘2018년 동절기 국민 절전 캠페인 출범식’을 가졌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올해 캠페인 슬로건인 ‘투게더 20℃’를 외치고 있다. ‘투게더 20℃’는 겨울철 실내 적정 온도인 20도를 국민이 함께 지켜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뜻이다.

정부·여당·한국전력이 전기 요금 인상을 위해 군불 때기에 들어갔다. 여태껏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전기 요금 인상이 없다던 분위기와는 다르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 요금이 주요 대상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 구입비가 비싸지고, 실적이 악화되니 사실관계를 오도하면서까지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 명분을 만들고, 기업에 부담을 전가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지금은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싸지도 않고, 제조업 기반의 산업 구조 현실을 무시한 채 전기 사용을 과소비하고 있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한국 산업용 전기료 133% 올라… OECD 평균 수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싸다는 게 요금 인상의 가장 큰 명분이다. 하지만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가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세금 포함)은 ㎾h당 7.65펜스로 OECD 주요 24국 중 12위다. 주요 24국 산업용 전기 요금 중간값(7.65펜스)과 평균값(7.63펜스) 수준이다. 10년 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요금은 ㎾h당 3.28펜스로 평균(6.82펜스)의 절반도 안 됐다. 하지만 한국은 10년 사이 산업용 전기 요금이 133% 올라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또 산업조직학회에 따르면 2016년 용도별 전기 요금 원가 회수율은 산업용이 114.2%로 가장 높다. 공급 단가(㎾h당 93.79원)보다 판매 단가(㎾h당 107.11원)가 높다는 의미다. 주택용은 106.9%다. 교육용은 74%, 농사용 42.1%로 한전으로서는 손해 보고 전기를 공급하는 셈이다.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이 높은 것은 전기를 고압으로 대량 송·배전하는 데 따라 비용과 전력 손실이 낮기 때문이다.

◇"산업용 심야 전기료 올리면 소상공인, 중소기업 부담이 더 커"

일부에선 값싼 산업용 심야 전기(오후 11시~오전 9시) 요금으로 대기업만 막대한 혜택을 본다고 주장한다. 산업용 심야 요금은 낮 시간 최대 전력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밤 시간 남는 전기를 산업 현장에 싸게 공급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한전의 이런 요금 정책에 따라 생산 설비를 심야 시간에 맞춰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심야 시간 전력 사용을 권장하더니 이제 와 심야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을 전력 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심야 요금을 올리면 공장의 낮 시간 전력 사용이 늘게 되고 최대 전력 수요(피크)를 맞추기 위해선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산업용 심야 전기 판매액은 7조6793억원이다. 이 중 전력 사용량 상위 30대 기업의 비중은 2조2034억원으로 28.7%다. 윤한홍 의원은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이 훨씬 많이 사용하는 산업용 심야 요금을 올리면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 다(多)소비는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 탓"

산업용 전기 요금이 싸니 기업들이 전기 사용 효율을 높이는 데 소홀히 하고, 전기를 과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산업계는 "전기 다(多)소비는 맞지만 과소비는 아니다"고 반박한다. 우리나라는 주요국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 위주의 산업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전기 사용이 많다는 것을 문제 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 소비량은 1990년 2373㎾h로 OECD 평균(6666㎾h)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2016년엔 1만1615㎾h로 OECD 평균(8542㎾h)을 넘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6.8%다. 미국(11.6%), 일본(21%), 독일(20.6%)보다 높다. 산업 구조상 전력 다소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철강 회사 임원은 "철강·정유·석유화학·반도체 등 전력 사용이 많은 업종의 에너지 효율 지수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전기 요금이 실적을 좌우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효율을 무시하고 낭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