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의 통신장비 합작법인 청산에 앞서 합작 파트너인 현지 국유기업의 지분을 인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深圳)삼성전자통신유한공사는 지분 5%를 매물로 내놓는다고 2일 상하이연합산권교역소(上海聯合産權交易所⋅UAE)에 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는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비롯 각종 지식재산권을 거래하는 거래소가 지역 곳곳에 있다.
UAE에 올라온 이 공고문에 따르면 선전 삼성전자통신은 5월중 청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지분 5%를 보유한 상하이 시 소유 국유기업 상하이롄허투자유한공사가 최저 632만 2900위안(약 10억 7000만원)의 가격에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았다.
삼성이 선전에 있는 통신장비 합작법인을 철수할 것이라는 설은 4월 하순 중국 언론을 통해 계속 흘러나왔다.
이날 공고문에 지분 매매 수탁업체로 표기된 상하이위츠(上海誉慈) 관계자는 중국의 투자 전문 SNS 매체인 스제(市界)에 “ 섬성전자가 직접 청산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상하이롄허가 투자원금인 100만달러를 날리게 되자 삼성에 지분 5%를 사달라고 요청했고, 삼성이 632만 2900위안(약 100만달러)에 사주기로 했다”며 “해당 지분이 국유자산에 해당돼 양도 공고 절차를 밟는 것 뿐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자본금 2000만달러로 시작한 선전 삼성전자통신의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49% 지분으로 시작했지만 10% 지분으로 시작한 상하이롄허를 비롯 다른 중국 주주들의 지분을 점차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전 삼성전자통신은 당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폰을 생산해왔지만 수요감소로 어려움을 겪자 2013년 부터 이동통신 기지국 등 통신장비로 주력사업을 전환했다. 하지만 세계 1위와 4위 통신장비업체로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華爲)와 ZTE의 높은 장벽에 막혀 중국 통신장비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선전 삼성전자통신은 2017년에 9056만위안(약 15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2018년 2월말 기준으로는 2억 9394만위안(약 499억원) 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측은 직원들의 퇴직금 등을 위한 복지비용으로 4617만위안을 산정했다.
공고문에 나온 직원수는 94명으로 당초 알려진 320여명을 크게 밑돌아 이미 퇴직처리가 상당 수준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기업신용신식공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만 해도 직원수가 570여명에 달했다.
순자산 가치는 1억 2482만위안(약 212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지분 5%는 624만위안(약 10억 6000만원)으로 삼성이 사주기로 한 가격(632만위안)은 이를 웃돈다.
청산 직전 법인의 합작파트너 지분까지 원금 보장식으로 사주는 삼성의 행보는 대형 다국적기업도 중국에서 공정하게 사업 철수 하기 힘든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역할이 강한 중국 사업환경에서 국유기업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환경이 작용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