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 집단) 규제로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에 비상이 걸렸다. 셀트리온은 판매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두고 램시마 등 자사 바이오 복제약의 전 세계 판매를 독점적으로 위탁하고 있다. 공정위는 준대기업 집단 규제 발표와 함께 해당 기업들의 내부 거래가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셀트리온도 당연히 조사 대상"이라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따로 확인해줄 게 없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자산 규모가 6조8000억원대에 이른다. 작년 말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규제 자산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규제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번에 공정위가 준대기업집단 새로 지정하면서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 셀트리온 "문제 안 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주회사격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4%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주력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을 지배하고 있다. 또 판매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6.2%도 갖고 있다. 문제는 셀트리온이 매출의 대부분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일으킨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이 생산한 판매 제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일단 넘기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전 세계 제약사와 대형 병원에 되파는 구조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작년 전체 매출(6705억8000만원)의 82%인 5517억원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일으켰다. 이런 탓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무려 1조6000억원의 재고를 떠안고 있으며,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로부터 받아야 할 매출채권(어음)도 지난해 기준 66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독특한 거래 구조에 대해 김만훈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사업을 나눠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분야는 투자금 회수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긴 탓에 우선적으로 판매 계열사에 의약품을 넘겨서 매출을 올리고 이 자금을 의약품 개발에 재투자했다는 것이다. 2008년 맺은 판매권 부여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바이오 복제약을 만들어 세계 각국에 임상과 허가 절차를 전담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모든 물량을 넘겨받아 제품 허가와 동시에 현지 유통사에 판매하는 분업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 "기업 구조 투명해야 시장 신뢰 유지 가능"
이 같은 분업 구조에 대해 공정위 측은 "셀트리온을 포함해 새로 공시 대상 기업이 된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계열사에 독점 판매권을 주면서 부당한 이익이 생겼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셀트리온의 분업 구조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지 아닌지는 조사가 끝나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정위 규정에는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원 이상이거나 연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 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일단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지만 시중 가격보다 높거나 낮게 의약품을 공급해 부당한 이익을 발생시켰는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증시 안팎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현재 1부 시장인 코스피 시장 이전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소액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29일 코스피 이전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 주주 총회를 열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증시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을 코스피로 이전하기 전에 계열사 간의 과도한 내부 거래를 줄이거나 아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증시 전문가는 "셀트리온 주가가 과거 반복적으로 공매도 세력 개입으로 폭락을 했다는 것은 의약품 판매 구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며 "셀트리온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려면 기업 거래 구조도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