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한다는 애플리케이션(앱) 좀 그만 생겼으면 좋겠네요.”

공인중개업계가 광고비 지출이 늘어나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다방과 직방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부동산 중개 O2O(Online-To-Offline) 애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뒤로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불해야 하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거래는 줄고, 공인중개사 수는 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 광고비 지출이 중개업계엔 이중고가 되는 셈이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상가.

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공인중개사 대부분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 부동산에 광고를 한다. 네이버 부동산은 직접 광고를 받지 않고 있다. 8개의 부동산 정보업체를 통해 매물을 등록할 수 있는데, 중개업소들은 그때 네이버 부동산에 노출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 한 번 노출에 몇만원…중개업자 부담 커져

지난 2014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 광고 운영을 관두고 소정의 수수료만 받으면서 플랫폼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의 부담은 달라진 게 없다. 네이버를 대신해 정보업체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뿐 다달이 광고비를 내야 한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광고비가 비싼 것은 ‘현장확인 매물’이다. 공인중개사와 함께 관련 업체가 직접 검증하는 매물로, 신뢰도도 높고 확인 절차도 복잡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장확인 매물의 경우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신뢰도가 높아 매물 목록의 상위에 올라갈 확률도 조금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용도 비싼 편이다. 물건 하나를 한 달 동안 광고하려면 1회 노출 당 1만7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일반 확인매물이 1회 노출에 3000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다섯 배가 넘는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부동산 모바일 중개 앱 서비스인 ‘직방’과 ‘다방’도 중개업계엔 부담스런 존재다.

부동산 모바일 앱 가운데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직방의 경우 매물 광고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보통 서울의 경우 물건 한 개를 직방 애플리케이션에 1회 노출하는 데 3만원 정도가 든다. 다방에 1회 노출시키려면 15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 부동산과 다방 광고비는 다음 달부터 인상될 예정이다.

수원 영통구 A공인 관계자는 “한 달 평균 포털 사이트와 부동산 중개 앱에 매물을 등록하는 데에만 30만~50만원은 기본으로 쓴다”며 “포털이나 모바일 앱 광고비로 100만원을 넘게 쓰는 업소들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P공인 관계자는 “한 달에 네이버와 직방, 다방에 매물 광고를 하려면 수십만원은 기본”이라며 “광고비가 부담이 돼 매물 광고를 하지 않으려 해도 경쟁 업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하니 어쩔 수 없이 광고를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인터넷 포털과 모바일앱 광고비에 부담을 느끼는 중개업계를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무료 중개 앱 ‘한방’을 개발해 선보였다. 가장 큰 장점은 광고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 거래는 줄고 중개업자는 늘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거래는 감소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거래는 5만853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1% 줄었다. 지난해 1년간 주택 거래량도 105만3069건으로 2015년보다 11.8% 감소했다.

‘파이’는 줄어드는데, ‘입’은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전국 공인중개사 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초 기준 8만6073명에서 2016년 초에는 9만928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이달 17일 기준으로 9만7939명을 기록 중이다. 최근 2년 새 1만명 넘게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