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권이 분양가 웃돌기도
추가 분담금 변수 커 묻지마 투자 위험
서울 재건축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조합원이 입주할 수 있는 권리인 입주권 전매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입주권 전매 거래량은 23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34건)보다 27% 늘었다.
입주권은 일반 분양과 달리 이미 동 호수가 결정돼 있어, 자신이 원하는 집을 골라 살 수 있다. 보통은 일반분양 물량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분양은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나눠서 낼 수 있고 집단대출을 통해 금융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입주권은 일반 주택 매매와 같아 이주비를 제외한 돈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 또 공사가 길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일로 공사비가 늘어나면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알고 투자해야 한다.
◆ 입주권 거래 늘고 가격 올라…분양가 웃돌기도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송파 헬리오시티’는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전용면적 84.98㎡형의 입주권이 8억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지난달 기준으로 8억6000만원 대에 거래됐고 최근 9억50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가락시영 인근의 한 공인 관계자는 “송파 헬리오시티는 단지가 워낙 커서 동 위치가 중요하다”며 “어떤 동과 층을 배정받을지 모르는 일반분양보다, 조금 돈을 더 주더라도 동과 호수가 정해진 조합원 입주권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또 서초구 잠원동의 ‘래미안 잠원’ 아파트는 84.49㎡의 입주권이 올해 1월에는 약 12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9월에는 13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9월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대치청실’ 85㎡형은 올해 1월에는 12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14억원이 넘는 가격에 전매됐다.
통상 입주권은 분양가보다 싸지만, 최근에는 입주권이 분양가를 웃도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 e편한세상 파크힐스’ 전용 84㎡의 경우 일반분양가는 대부분 7억원을 넘지 않았지만 조합 입주권은 최근 7억원을 훌쩍 넘겨 거래되고 있다.
옥수동 J공인 관계자는 “내년에 입주가 시작되면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며 “입주권을 찾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 온다”고 말했다.
◆ 추가 분담금은 ‘변수’...묻지마 투자 피해야
입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입주권은 재건축 사업이 길어질 경우 추가 분담금이 더해질 수 있다. 분양가와 달리 입주 전까지 내야 할 집 가격이 확정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가재울뉴타운 4구역을 재개발한 ‘DMC파크뷰 자이’는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공사비가 더 들어가면서 입주권을 가진 재건축 조합원들은 1인당 평균 5000만원 정도의 추가 분담금이 생겼다. 일반분양을 받거나 분양권을 가진 사람은 처음 정해진 분양가에 맞춰 잔금을 치르면 되지만, 입주권을 가진 경우라면 예상치 못한 추가 분담금을 내야 입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입주권을 사는 것은 분양권과 달리 세법상 주택을 사는 것과 같다. 기존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2주택 이상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한다. 2주택자가 되면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만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입주권을 사는 즉시 보유하게 되는 토지 가격의 4.6%를 취득세로 내야 해 분양권을 살 때보다 세금 부담이 더 크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재개발 입주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해당 공사의 시행 주체가 된 것이라 보면 된다”며 “시공사와 소송이 붙거나 공사 중 문제가 생길 경우 추가 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