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초동의 M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다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적이 있습니다. 건설사가 말해주는 3.3㎡ 당 분양가와 실제 분양가에서 꽤 큰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모델하우스 측에서 나눠 준 홍보물에 나온 분양가는 3.3㎡당 가격이 2050만원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토대로 견본주택에 전시중인 전용면적 84㎡짜리를 계산해봤더니 5억2070만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실제 분양가는 이보다 1억6000만~2억원이 비싼 6억8366만~7억4324만원으로 나와있습니다. 이유는 전용면적과 공급면적의 차이였습니다.

현재 아파트는 제곱미터(㎡)을 기준으로 가구당 면적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59㎡, 84㎡, 114㎡ 식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같은 ㎡도 전용면적이냐 공급면적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전용면적은 거실, 주방, 화장실 등 입주자가 집안 내에서 전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의 넓이입니다.

공급면적은 여기에다 공용면적을 더한 면적입니다.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 주차장 같은 공용 공간이 여기에 포함돼 있는 것이지요.

닥터아파트 제공

문제는 가구별 타입은 전용면적으로 표기해놓고, 평균 분양가는 공급면적으로 친다는 점입니다. 담당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각 평형 대는 실제 주거면적을 기준으로 해야 하므로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게 맞고, 분양가는 실제 거주공간 외에도 복도, 주차장 등 공용공간에 대한 부분도 걸려 있으니 이런 점을 감안해 공급면적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전용면적 가격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공급면적보다 훨씬 공간이 작으니 면적 당 가격은 껑충 뛰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단지에 적용해보면 3.3㎡당 가격은 2691만~2926만원으로 기존 가격보다 무려 3.3㎡ 당 1000만원가량 분양가가 비싸 보이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분양 관계자는 "평당 가격이 너무 높아지는 문제가 있어 업계에서는 전용면적을 기준으로는 아무도 표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죠.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하면 자연히 면적이 넓어지니 평균 분양가도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둘을 함께 병기해서 표기하면 어떨까요? 부동산정보업계 한 관계자는 "전용면적과 공급면적 차이가 크고 용어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헷갈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둘을 함께 표기해주거나, 해당단지의 전용률(공급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을 언급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습니다.

국토부나 시공업체의 설명에 합리적인 면도 있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전용면적 84㎡(공급면적 95㎡) 식으로 말이죠. 조금의 정책적 배려가 국민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 정부가 한번 더 고민해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