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임원급에 이어 직원들에게 개인 휴대전화 추적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하는 보안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번 주부터 사업장 소속의 모든 직원에게 휴대전화에 '모바일오피스(MDM)'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설치해야 회사 출입시 필요한 홀로그램 스티커를 새로 발급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오피스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메일은 물론 전자결제, 주소록, 일정을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LG전자는 그룹장 이상 간부사원은 의무적으로 사용해왔으며 올해 초부터는 시범적으로 사용 범위를 일반 직원에게도 확대했다.

회사의 이번 조치에 따라 사업장을 출입하는 직원들은 이번 주부터 기존의 휴대전화 보안용 홀로그램 스티커를 새로 발급받는데, 모바일오피스를 설치한 휴대전화에만 부착시켜준다.

보안용 홀로그램 스티커란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을 막기 위해 전면에 부착하는 일종의 '봉인'이다. 이를 부착하지 않은 휴대전화는 사업장내 반입이 철저히 금지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는 직원들의 출입이 사실상 금지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사내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임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감시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모바일오피스를 설치한 스마트폰은 사내에서 카메라는 물론 블루투스, 테더링, 음성녹음을 제한하는 것 외에도 단말기를 분실했을 때 원격에서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유심(USIM)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유심에는 휴대전화 가입자 정보와 네트워크 접속 정보, 텍스트메시지, 이메일, 폰북 기록 등 개인부가 서비스 정보가 저장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위치 추적을 비롯해 주요 통화 기록과 메신저 등 개인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심 카드에는 개인 연락처와 사생활 정보가 저장돼 있어 유심을 열람하게 되면 사실상 사생활 기록이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격에서 스마트폰 기능을 정지시키거나 위치를 추적하는데는 반드시 유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심 열람 논란이 일자 일부 직원들은 “피처폰이나 아이폰 등 다른 회사 단말기로 바꿔야할지 모르겠다”며 단말기 교체를 고민하는 등 좀처럼 불안감을 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오피스는 애플의 아이폰 등 운영체제(OS)가 다른 타사폰과 피처폰, 구형 스마트폰에선 작동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스마트폰 분실했을 때 개인 정보 보호와 회사 경영과 기술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일부 사업장에서 시범 도입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산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유심 열람권 등 유심에서 정보를 가져다 사용하는 일은 없다"며 "분실시 사용자 동의 아래 유심 없이도 기능을 정지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와도 많이 닮아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말 모바일오피스 환경을 전사로 확산한다며 사내 인트라넷을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든 모바일마이싱글을 설치하라고 직원들에게 요구했다.

모바일마이싱글 역시 모바일 사무 환경 같은 주요 기능외에 LG전자와 비슷한 보안기능을 추가했다. 사내 안팎에선 모바일마이싱글이 회사의 직원 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지금도 제기되고 있다.

모바일오피스는 LG그룹의 시스템 개발을 맡고 있는 LG CNS가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는 2010년 LG그룹 본사와 LG전자에 모바일오피스를 우선적으로 구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