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전문점 프레스코의 강미숙 이사는 스파게티를 거의 먹지
못한다. 여름철에 먹는 '냉(冷)파스타'나 간장소스로 볶은 '데리
리조또' 등 프레스코에만 있는 독특한 메뉴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강 이사는 "새 메뉴를 만들 때마다 수십번씩 맛을 보다 보니,
보통 때는 냄새도 맡기 싫다"고 말했다. 요즘도 그는 프레스코 신사점
주방에서 진한 파스타 소스 냄새에 파묻혀 지낸다.
프레스코는 한 부부가 맨손으로 일군 외식기업이다. 강 이사는 지난 97년
대표인 남편 조성은씨와 함께 경기도 의정부에 프레스코 1호점을 열었다.
59년생 동갑인 두 사람은 경희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만난 사이.
80년대 초 강 이사는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퓨전형' 이탈리아
음식이 큰 인기를 얻는 걸 보고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두 사람은 지난 83년 결혼한 뒤로 죽 의류매장을 운영했다. 처음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시작한 '옷 장사'는 의정부로 터전을 옮겼고,
의정부에만 5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의 장사 수완을 발휘했다. 조 대표는
"그때부터 집에선 부부이지만, 바깥에서는 철저히 회사 동료로 지내는
생활이 몸에 뱄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의류매장을 하면서도 눈앞에선 계속 이탈리아 음식점이 자꾸
어른거렸다"고 했다. 십여년간 틈틈이 이태리와 일본을 오가며 각종
조리사 자격증을 딴 것도 그 때문. 지난 97년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자, 두 사람은 미련 없이 옷 장사를 접고 음식점을 열었다.
하지만 프레스코가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조 대표는
"의정부에 첫 가게를 오픈한 것 자체가 너무 순진한 발상이었다"며
"고객 분석이 부족했고, 미술학도로서의 감각을 발휘한 세련된
인테리어도 오히려 손님들이 부담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처음 몇 년간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종업원들과 함께 음식을 나르고,
접시 닦는 일을 했다. 강 이사는 "전 재산을 다 털어넣은 가게가 파리
날리는 걸 보며 잠 못 이룬 날도 많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1호점을 오픈하고 3년이 지난 2000년 1월 어렵사리 서울
강남역 근처에 2호점을 열었다. 의정부에서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엔
파스타를 좋아하는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곳을 공략한 것. '먹는
장사는 목'이라는 말을 보여주듯 매장에는 첫날부터 손님이 몰렸다.
이어 3호점 영등포, 4호점 신사동으로 이어지며 현재는 전국 22개
매장에서 연매출 150억원을 올리는 규모로 성장했다.
성공 비결에 대해 조 대표는 "요즘은 외식업도 유행을 타기 때문에
메뉴나 인테리어를 발빠르게 바꿔줘야 한다"며 "다행히 우리는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적다보니 순발력이 뛰어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음식 장사라고 주먹구구로 뛰어들었다간 우리처럼 엄청
고생을 한다"면서 "무엇보다 음식점 현장을 많이 다니며 충분한 조사를
한 다음에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