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미 공군에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다. 공군기 조종사들의 눈
부심 현상이었다. 구름 위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전투를 해야 하는 조
종사들에게 햇빛은 큰 적중의 하나였다.
공군은 당시 중견 안경업체이던 바슈롬사에 안경개발을 요구했다. 바
슈롬사는 선글라스를 하나 만들어 왔다. 녹색렌즈에 잠자리 모양의 선글
라스였다. 선글라스의 이름은 광선(Ray)을 차단(Ban)한다는 뜻에서 '레
이밴'으로 지었다.
레이 밴 선글라스는 이후 확실한 파워 브랜드로 자리잡으며 바슈롬사의
성장을 주도했다. 잠자리 모양의 디자인은 비행사 안경(Aviator Goggle)
이란 이름으로 30년대를 휩쓸었고,레이 밴 선글라스는 탄생 이후 지금까
지 시장점유율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미 맥아더 장군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선글라스가 '라이방'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바슈롬사는 원래 독일계 이민인 존 제이콥 바슈가 1853년에 미국 뉴
욕에 열었던 안경가게였다. 돈이 약간 모자랐던 바슈는 친구였던 롬에게
60달러를 빌려 사업을 시작하며 자신의 이름 뒤에 친구의 이름을 붙여
회사이름을 만들었다.
바슈는 발명가 소질도 가진 사람이어서, 고무 안경테를 스스로 개발
하면서 사업을 천천히 확장시켰다. 회사가 급속히 성장한 것은 1900년대
들어 2대째인 윌리엄 바슈가 회사를 이어받고서부터다.
현재 레이밴의 판매전략은 멋진 영화주인공에 선글라스를 쓰게 하는
것. 할리우드의 영화에 제작비를 지원하고 영화 주인공에게는 레이밴 선
글라스를 씌웠다. '블루스 브라더스', '탑 건', '제리 맥과이어', '프레
데터', '맨 인 블랙' 등의 영화가 모두 레이밴의 판매전략에 일조한 영
화들이다.
바슈롬은 레이밴의 성공 이후 광학기기와 렌즈사업에 집중투자했다.
시네마 스코프 렌즈를 개발해 오스카상을 받았다. 60년대에는 소프트렌
즈사업에 대량투자, 포천 5백대 기업에 합류했다. 바슈롬 콘택트렌즈는
현재 레이밴에 이은 렌즈업계의 파워브랜드다. 바슈롬사는 콘택트렌즈와
관련 산업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90년대 들어와 공격적인 경영을 펴면서 지나친 성장전략을 추구하기
도 했지만 95년 이후로는 다시 렌즈와 안경에 주력하고 있으며 군살을
빼는 중이다.
바슈롬사는 현재 세계 70여개 국에 진출해 있다. 96년 기준 매출액은
19억 2천7백만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