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는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국제 공동 연구진이 ‘M87’ 블랙홀의 고리가 찌그러진 모양인 이유를 밝혔다. 블랙홀의 중력이나 회전 때문이 아니라 블랙홀 주위를 소용돌이치는 난류 물질이 원인이었다.
EHT 공동 연구진은 10일 국제 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M87 블랙홀 고리의 비대칭 이유를 밝혀낸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제1저자인 조일제 천문연·연세대 박사후연구원을 비롯해 12명의 국내 연구자가 참여했다.
M87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포착한 블랙홀 영상이다. 2019년에 M87 블랙홀 영상이 처음 공개된 이후, 블랙홀의 그림자 고리가 약간 늘어진 모양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연구에 매달렸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은 블랙홀의 그림자가 블랙홀 회전에 의한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약간 찌그러진 타원형 형태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이 타원율을 측정하는 것은 블랙홀의 회전을 밝히는 직접적인 증거이자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기존 EHT 망원경에 그린란드 망원경이 추가된 2018년 관측으로부터 결과를 얻었다. 이전 관측에 비해 측정 정밀도가 향상됐고, 블랙홀 고리의 타원율을 이전보다 3~5배 더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다. 관측 결과, 완벽한 원에서 약 8% 정도 벗어난 고리가 확인됐다. 이 타원은 북쪽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50도 기울어져 있었고, 이는 고리 위 가장 밝은 부분의 방향과도 잘 정렬돼 있다.
연구진은 이런 타원형 모양이 블랙홀의 회전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관측 결과를 다양한 이론 시뮬레이션과 비교했다. 그 결과, 블랙홀의 회전과 관측된 타원율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신 타원율은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의 빠른 흐름인 제트를 가지는 모델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고리의 모양은 중력이나 회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블랙홀 주변 물질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조일제 박사는 “블랙홀 고리가 찌그러진 이유가 기존 예측과 달리 블랙홀의 회전보다 블랙홀 주위를 맴도는 난류성 플라즈마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밝혀낸 게 뿌듯하다”며 “EHT 망원경에서 도입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방식의 다주파수 동시관측 수신 시스템이 확산 되면 보다 더 정밀한 블랙홀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Astronomy & Astrophysics(2025), DOI : https://www.aanda.org/10.1051/0004-6361/202555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