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소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제조와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는 로봇과 AI를 접목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AI 100대 인재’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권인소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15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AI 100대 인재 절반 이상이 중국계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고 했다.

권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해외 학회에 가보면 MIT나 카네기멜론 등 주요 대학 연구팀 제1 저자는 중국인 학생인 경우가 많았다”며 “그때부터 이미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AI 연구 헤게모니를 가져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베이징대, 칭화대 같은 중국 대학과 협력할 때마다 수백 명 학생이 밤새우며 연구하는 모습을 보며 무서울 정도였다”고 했다. 권 교수는 AI 컴퓨터비전과 로보틱스 분야의 석학이다. 그의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AI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에 대한 논문은 세계적으로 2만8000회 이상 인용됐다.

그는 “새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지만, 3위를 해서는 의미가 없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특화된 AI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이 지금 AI 분야에서 성과를 낸 건 10여 년 전부터 인재와 기초과학에 투자해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며 “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설립하고 고액의 연봉을 주며 과학자들을 유치했던 것처럼 파격적인 인재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또 “우리 연구자 중에서도 세계적인 AI 연구 그룹의 리더를 맡고 있거나 구글 딥마인드 같은 빅테크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인재가 많다”며 “AI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인재들에게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하는 과감한 투자 방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가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두각을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생성형 AI, 거대 언어 모델(LLM) 분야에선 우리가 뒤처졌지만, 로봇과 AI를 접목하는 피지컬 AI 분야는 앞서갈 기회가 충분히 있다”며 “로봇 AI가 완성되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상호작용하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기술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상당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했다. 이어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 제조에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어떻게 접근하고 투자하느냐에 따라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AI 기술 발전에 한국 기업 역할이 적은 데 대해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기다려주는 문화가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약하다”고 했다. 국내 기업은 매년 임원 평가를 하고 이를 인사에 반영하다 보니 장기 안목에서 영향력 있는 설루션을 만들기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단기 성과 위주의 연구·개발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지금은 AI가 중요한 원천 기술로서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투자하지만, 앞으로 어떤 기술이 선도할지 아무도 모른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초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실패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피지컬(Physical) AI

로봇·자율 주행차처럼 일정한 형태를 가진 AI 기술. AI가 스마트폰, PC에서 텍스트·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처럼 실체를 갖추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