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호준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선임연구원, 김홍남 뇌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단순히 섞기만 해도 세포에서 나오는 작은 주머니인 ‘엑소좀’에 거대 분자를 빠르게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약물 로딩(loading)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엑소좀은 세포 간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생체 유래 입자로, 약물을 특정 세포에 전달하는 데 활용되는 차세대 전달체다. 하지만 엑소좀은 다량의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촘촘하고 질긴 막 구조로 되어 있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나 단백질 같은 거대분자 약물을 내부에 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에는 엑소좀에 약물을 담기 위해 전기충격이나 화학 처리를 사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약물과 엑소좀이 손상되기 쉽고 전달 효율도 낮을 뿐 아니라 복잡한 정제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진은 ‘큐보좀’이라는 지질 나노입자를 활용해 거대분자 약물을 엑소좀에 쉽게 담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막과 비슷한 성질을 지닌 큐보좀은 엑소좀과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어 다양한 크기의 약물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다. 연구팀은 mRNA를 담은 큐보좀과 엑소좀을 상온에서 10분 동안 함께 두는 것만으로도 mRNA가 엑소좀 내부에 빠르게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mRNA 98% 이상이 엑소좀 내부에 담겼고 엑소좀의 구조와 생체 기능도 그대로 유지됐다.
연구진이 합성한 엑소좀은 인체 내 약물 전달이 어려운 조직인 뇌혈관 장벽을 성공적으로 통과했으며 엑소좀 고유의 기능도 그대로 유지됐다. 특히 엑소좀이 본래 유래된 세포로 되돌아가는 ‘호밍(homing)’ 특성이 관찰돼 병변 부위에 정확히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술은 엑소좀을 변형하지 않고도 거대분자 약물을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어 엑소좀 기반 치료제를 정밀 의료 분야에 실제로 적용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 기술은 장비나 복잡한 처리 없이 간단한 공정으로도 실제 임상 환경에서도 쉽게 활용될 수 있다. 엑소좀의 생체 기능을 유지한 채 거대분자 약물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뇌 질환, 암,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정밀 치료제 개발에도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실제 환자 적용을 위한 추가 안전성 평가와 함께 큐보좀의 대량생산 체계 확보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KIST 김호준 선임연구원은 “엑소좀과 약물을 의료 현장에서 손쉽게 조합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환자 맞춤형 치료제 실현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홍남 책임연구원은 “뇌처럼 복잡한 조직에서도 정확한 약물 전달이 가능해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5월 게재됐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594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