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다리처럼 생긴 금속 의족(義足)을 왼쪽 허벅지 절단면에 장착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가 공을 걷어찼다. 공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들어 올리는 동작도 어렵지 않게 해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휴 허(Hugh Herr) 교수팀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생체 통합형 의족’의 모습이다.

MIT(매사추세츠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생체 통합 의족'을 한 장애인이 공을 두 발로 들어 올리는 장면.

손상된 다리 부위의 남은 근육에 전극을 심고, 뼈에 직접 연결한 의족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천천히 걷는 동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공 장애물을 손쉽게 넘어가고, 축구공만 한 공을 자연스럽게 찰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한 것이다. 휴 허 교수는 이런 연구 성과를 지난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연구팀이 개발한 생체 통합형 의족을 고도화한 것으로, 무릎 아래로 부위가 한정됐던 의족을 무릎 위로 적용 범위를 확장했다. 또 뇌에서 보내는 명령으로 의족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켜 이전보다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게 했다.

휴 허 교수는 18세 때 빙벽 등반을 하다 심한 동상에 걸려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 과학자다. 자신이 개발한 의족을 직접 착용하고 빙벽 등반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휴 허 교수는 “의족이 자기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단계까지 진화했다”면서 “5년 안에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