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이나 뇌졸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이들의 미각(味覺)을 찾아주려는 ‘전자 혀’가 개발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제작한 미각 센서를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로 뇌와 연결해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9일 네이처는 중국과학원 나노과학센터와 중국과학기술대학 공동 연구팀이 AI가 접목된 미각 센서로 맛을 구별하는 ‘전자 혀’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인간의 혀처럼 입안에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그래핀(graphene)’으로 전자 혀를 제작했다. 그래핀은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에서 분리해낸 아주 얇은 층의 물질로, 두께가 약 0.34nm(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우선 그래핀으로 만든 초민감 센서로 음식 안에 있는 소금, 설탕, 식초, 황산마그네슘 같은 각종 화학물질을 감지해 냈다. 이렇게 파악한 각각의 물질이 어떤 맛을 내는지는 AI를 활용해 학습시켰다. 예를 들면 소금은 짠맛, 황산마그네슘은 쓴맛임을 알게 한 것이다. 이렇게 AI와 초민감 그래핀 센서가 결합된 전자 혀는 처음 접하는 음식의 맛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달고 상쾌한 콜라, 쓰면서도 구수한 커피처럼 복잡한 맛도 인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전자 혀에 수분이나 젤을 입힌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람 입안의 혀처럼 물기가 있는 환경에서도 전자 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축축하고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도 맛을 가려낼 수 있는 전자 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자 혀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우유, 탄산수, 커피, 과일 주스 같은 음료를 1분 만에 80% 정확도로 구별하는 전자 혀를 개발했다고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중국과학원의 전자 혀는 실제 입안과 유사한 환경에서 더 민감하게 맛을 구별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