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뒤에도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에서 신경세포가 계속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인이 되면 뇌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아 기능이 퇴화한다는 통념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팀은 0~78세인 사람의 뇌 조직 시료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제 바이오뱅크를 통해 0~78세 뇌 조직을 확보한 후 단일 핵 RNA 시퀀싱(세포의 핵 안에 들어있는 RNA 정보를 분석하는 실험 기법)으로 각 조직의 유전자 활성 정도를 분석했다. 또 레이저를 이용해 세포 크기, 모양, 성분 등을 분석하는 실험 기법으로 세포 특성을 확인했다. 이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성인의 뇌에서 줄기세포부터 미성숙 뉴런까지 다양한 발달 단계에 있는 세포들이 확인됐다. 이 세포들은 대부분 분열 단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포가 새롭게 생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연구진은 새로운 신경세포가 주로 기억 형성, 학습, 인지 등에 영향을 끼치는 해마의 한 영역인 ‘치아 이랑(dentate gyrus)’에서 발견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인간의 뇌는 성인이 된 후에는 노화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종전 통설이었다. 이를 반박하는 여러 연구 결과가 2000년대 들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팀은 2013년 성인의 해마에서 새 뉴런이 형성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은 뇌 조직의 탄소 성분을 방사성 동위원소 기법으로 분석해 해마의 신경세포 중 3분의 1 이상이 일생 동안 정기적으로 재생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신경세포 형성의 명확한 증거인 신경 전구세포가 성인에게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이번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성인도 신경 전구세포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사람마다 신경 전구세포 수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것이 뇌 건강 차이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가 평생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핵심적 단서를 제공했다”며 “앞으로 알츠하이머나 우울증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